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주유엔 미국 대사로 내정해 청문회까지 마친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의 지명을 철회했다. 미국 공화당이 하원에서 가까스로 과반 의석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공화당이 상반기 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법안들의 처리와 하원의원 보궐선거 판세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미국우선주의를 추진함에 있어 공화당이 모든 의회 의석을 유지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엘리스는 의회에 남아서 하원지도부에 다시 합류, 훌륭한 미국 국민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엘리스에게 의회에 남아 역사적 감세, 훌륭한 일자리, 기록적인 경제 성장, 안전한 국경, 에너지 지배, 힘을 통한 평화 등을 실현하는 것을 도와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며 “의석이 근소한 과반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엘리스 자리에 출마할 계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 유엔에서 훌륭한 일을 할 사람들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판단은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3석으로 구성된 하원 의석(435석 중 4석 공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상반기 중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법안을 묶어 일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에서 일부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법안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보도했다. 또 이미 의원직을 사퇴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역구 등의 판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 4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친(親)트럼프 인사로 공화당 하원 서열 3위(하원 의원총회 의장)였던 스터파닉 의원은 지난해 대선 직후에 주유엔 미국 대사로 지명됐다. 그는 지난 1월 상원에서 인사청문회를 했으며 아직 의원직은 사퇴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