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하안송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한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작년 기준… 1년새 3만명 늘어
전체 자영업자 중 13.7% 비중
대출 연체율도 1.67%로 올라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취약 자영업자’ 수가 계속 증가해 42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자영업계 신용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벌이는 줄고 빚은 늘어나며 연체와 폐업에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빚더미에 눌린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7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2025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취약 자영업자는 모두 4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전체 자영업 차주(311만5000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7%에 달했다. 취약 자영업자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차주로, 채무 상환능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취약 자영업자는 2021년 말 28만1000명에서 2022년 말 33만8000명, 2023년 말 39만6000명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출을 끼고 있는 자영업자는 줄었지만, 취약 자영업자는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차주는 지난해 말 311만5000명으로, 2023년 말(313만1000명) 대비 1만6000명 감소했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064조2000억 원으로 11조 원 늘어났지만, 증가 폭은 3.3%에서 1.0%로 둔화됐다. 전반적으로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줄고 있지만, 이미 빚을 진 자영업자의 소득과 신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체 자영업자가 꾸준히 늘면서 자영업자 연체율도 지난해 말 1.67%로 올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2012∼2019년) 장기평균인 1.68%에 근접한 수준이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전 분기(1.70%)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1년 말 4.32%에서 2022년 말 5.40%, 2023년 말 8.90%, 지난해 말 11.16%로 치솟았다.

대출 금리가 2023년 중반 이후 점차 하락하고 있지만, 서비스업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한계에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4157만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수준(4242만 원)을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연체 자영업자 평균 소득은 2020년 말 3983만 원에서 지난해 말 3736만 원으로 감소한 반면, 평균 대출은 같은 기간 2억500만 원에서 2억29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채무 상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적극 시행하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보고서 점검을 주관한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은 “금융여건 완화가 취약부문에 대한 구조개혁을 지연 또는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