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6일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아에 모인 수천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마스 퇴진과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수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제3국으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자지구 주민들을 아프리카, 중동 등에 위치한 제3국으로 이주시킨 후 이곳을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新) 가자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매체 와이넷은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제3국으로 떠난 주민이 총 3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주 사이 이스라엘 경찰 등 치안당국의 조정을 통해 약 2000명이 케렘샬롬 검문소를 통해 라몬공항이나 요르단 쪽 알렌비 국경으로 향했고, 일부는 이집트 방면 라파 검문소로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7일에도 환자와 그 가족 등 200명 이상이 이스라엘 최남단의 라몬 국제공항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로 갈 예정이며, 앞으로 몇 주간 수백명이 추가로 출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의료 지원이 필요하거나 제3국에 복수국적 혹은 체류 허가를 가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출국 허가를 내주고 있으며, 매주 수백건의 출국 신청이 접수된다고 와이넷은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는 하마스 대원 등 테러리스트를 걸러내기 위해 모든 가자지구 출국자를 대상으로 엄격하게 보안 검사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을 제3국으로 이주시킨 뒤 이곳을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후 이스라엘 정부는 국방부 내에 가자지구 주민들의 자발적인 이주를 추진하는 부서를 신설한 바 있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