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건부 승인’ 시사에
조직개편·시스템 정비 등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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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회장 임종룡·사진)이 동양생명·ABL생명의 ‘조건부 인수’ 승인을 얻기 위해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 당국이 최근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기존보다 등급이 한 단계 하락했지만 예외 승인 조건을 시사했는데, 시장에서는 “승인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심사 의뢰를 받아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이달 중 금융위에 심사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를 바탕으로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인수 승인 여부는 이르면 5월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경영실태평가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의 하락이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위한 마지막 관문 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금융 당국이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전반의 보완을 ‘조건부 승인’의 핵심 요건으로 제시하면서 그룹 차원의 조직 개편과 시스템 정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부터 자회사 리스크 통합관리 강화·내부통제 매뉴얼 표준화·준법감시 기능 확대 등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개선 작업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계열사별 내부통제 이행 실적을 전면 재점검하고 잠재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응책도 마련 중이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개선계획 등 추가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비율 개선을 위해 중장기적인 자본확충 방안도 금융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보통주 자본비율(CET1)은 지난해 말 12.13%로 2022년 말 11.57%, 2023년 말 11.99%에 이어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CET1이 지난해 말 12%대로 올라선 것은 지주 출범 이후 처음이다.

금융권에선 내부통제 개선을 전제로 우리금융의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계약에는 ‘몰취’ 조항이 있어 거래가 무산될 경우 1549억 원을 우리금융지주가 물어야 하는데 동양생명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 측으로 자금이 흘러가 국부유출 가능성이 있다. 국제적인 계약이라는 점에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국제적 신용도 영향도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내부통제 체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개선된다면 인수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