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명콤비로 활약하던 시절의 송재익(왼쪽) 캐스터와 신문선 축구해설위원.

■ 추모합니다 - 고 송재익 캐스터(1942∼2025)

2006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은 스위스, 프랑스, 토고와 G조에 속해 있었다. 그해 6월 24일 스위스와의 예선경기에서 터진 오프사이드 사건은 나와 송재익 위원의 방송 인연을 끊는 계기가 됐다.

전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된 스위스와 경기에서 터진 프라이의 첫 골 당시 부심은 오프사이드 기를 들었고 주심은 이를 배척하고 온사이드를 인정해 골을 선언했다. 나는 주심의 판단이 문제가 없다고 해설을 했다. 20여 년 동안 수천 경기의 해설을 했던 해설자로서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명확한 룰에 입각한 해설을 한 것이다. 열불 날 수밖에 없는 우리 국민의 감정을 헤아려 목소리 톤을 낮추고 느린 그림이 나올 때까지 온사이드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단호하게 설명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다음 경기 해설을 위해 밤새 이동을 하고 다음 날 이른 아침 산책 중 서울에서 PD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 위원님! 국내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한두 경기 쉬었다가 해설을 하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나는 “전문가로서 옳은 해설을 한 사람이 왜 마이크를 놓고 한두 경기를 쉬라는 것인가”라고 따지며 방송사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면 나는 해설을 그만두고 입국하겠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독일을 떠나기 직전 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송 위원님과 통화를 했다. “송 위원님, 저는 한국행 비행기를 탑니다. 함께 월드컵 방송을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명확한 룰에 기초한 해설을 한 해설자에게 한두 경기를 쉬라는 이야기에 절대 동의할 수 없어 귀국합니다.” 나는 이렇게 송 위원님과 생이별(?)을 한 것이다.

송 위원님은 지난 18일 먼 길을 떠나셨다. 영안실이 정해진 새벽, 내 아들에게 조화를 챙겨 송 위원님 영정 사진 가장 가까이 놓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송 위원님의 외아들인 상주 송걸 씨에게도 문자를 보내 당부까지 했다.

이날 KBS 스포츠국 기자가 영안실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마이크 앞에 서며 솟아오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송 위원님께서 “당신 해설이 최고야. 죽기 전 마지막으로 당신과 축구 중계를 했으면 좋겠어”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였다. 2006년 이후 송 위원님은 기회가 될 때마다 나에게 “당신을 사랑하는 국민에게 마이크를 다시 잡고 축구 중계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요청을 하셨다. 나는 이러한 요청 때마다 손사래를 쳤다.

송 위원님이 타계하시기 며칠 전 유튜브 방송을 하는 내 아들이 “송 위원님과 입중계라도 하시면 어떨까요? 송 위원님 댁에 가서 모시고 와서 입을 맞추시면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텐데요”라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에 솔깃했지만 “임마, 안 돼. 송 위원님이나 나도 자존심이 있지. 입중계가 뭐냐”라고 야단을 쳤다. 그 후 가까이 지내는 축구기자가 문자로 송 위원님 타계 소식을 전해왔다.

21일 새벽 5시 30분에 발인을 했다. 장례 기간 중 송 위원님이 사랑하셨던 외아들 송걸 씨와 몇 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힘내세요. 온 국민이 아쉬운 마음으로 아버님을 기립니다.” 나는 송 위원님과 영원히 헤어지며 속으로 이렇게 말씀드렸다. “송 위원님, 생전에 함께 못한 중계방송은 훗날 하늘나라에서 대한민국 축구가 월드컵 결승에서 우승하는 경기를 침을 튀기며 신바람 나게 하는 날을 꿈꾸겠습니다. 한국이 우승하면 후지산이 아니라 히말라야 산맥이 무너진다고 하시면 나는 어떤 멘트로 쿵짝을 맞춰야 할지 고민하겠습니다.”

먼 길 편안하게 가시길…그리고 영면하시길.

송재익 캐스터의 단짝 신문선(명지대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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