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힘 비대위 회의 권영세(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安 “소득대체율 더 낮춰야”
吳 “미래세대의 짐만 늘려”
韓 “86세대 꿀빠는 개혁안”

여권 잠룡들이 2030 청년 세대의 부담을 이유로 국회 연금개혁안에 잇달아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찬탄’파 후보들이 보수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기지개를 켜지 못했는데, 모수개혁안 국회 통과를 계기로 청년 표심을 겨냥해 다시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번에 여야 합의로 연금개혁안이 통과됐지만 제대로 된 개혁이 아님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청년 세대를 고려한 정년 연장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정년 연장이 아닌 ‘퇴직 후 재고용’하는 고용 연장 방식이 해법”이라며 “제대로 된 모수개혁을 하려면 소득대체율은 40%로 다시 재조정하고 국민연금 의무납입연령을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오전 출간한 저서 ‘다시 성장이다’에서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도 대안일 수는 없다”며 “노인 빈곤 문제의 해결처럼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상 미래세대의 짐만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 세대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소득 대체율을 높일 경우 주로 좋은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한 ‘상대적 고소득 노인’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86세대는 꿀을 빨고, 올라간 돈을 수십 년 동안 내야 연금을 받는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것”이라며 연금개혁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모두 찬탄파로 보수 지지층의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운신의 폭을 넓히지 못했다가 청년 표심을 겨냥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범여권 대선 주자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안 의원과 한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에게 ‘연금 개악 저지 연대’를 제안하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 세대의 중요한 문제가 다른 정치 담론에 묻히지 않도록 세 분과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자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차기 주자들이 연금개혁안을 일제히 비판하면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떠나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연금개혁이 정책 경쟁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도 3040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이번 조기 대선이 세대 간 대결로 판이 짜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