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실무협의도 시작 못해
반도체법 등도 뒷전 가능성

경제 침체 속에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반도체 특별법 제정 필요성 등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탄핵 정국 분수령 속 관련 논의가 ‘올스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과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여부 등에 따라 민생 관련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민주당,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추경 관련 실무협의 일정 논의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서 “그간 민주당이 추경 관련한 논의에 정부 참여를 배제해 멈췄던 만큼 민주당이 먼저 실무협의 관련 요청을 하면, 그때 일정을 고민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과 관련해 여야정이 모인 실무협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지난 18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3월 내 정부에 추경안을 편성해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 규모 관련 여야 인식차도 크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 1인당 25만 원의 민생지원금(총 13조 원)을 포함한 35조 원 규모 ‘슈퍼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약 270만 명 대상 최대 50만 원 선불카드 지원 등 15조 원 안팎 정도 추경을 구상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 선고 일정 등에 따라, 추경 논의는 멈춰 설 가능성도 크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 곧바로 조기 대선의 문도 열리기 때문에, 추경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반도체 특별법과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골자로 한 상속세법 개정안 등 민생 관련 법안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지만, 구체적 논의가 멈춰선 민생 법안들이다. 반도체 특별법의 경우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놓고 여야 모두 양보할 수 없다며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상속세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조세소위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반도체 특별법과 은행법 개정안,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을 오는 27일 본회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지정 막판까지 협상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선·나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