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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풍경

사진·글 = 백동현 기자 100east@munhwa.com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왜가리 한 마리가 우아하게 서 있다.

왜가리는 깃털 색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된다. 회색빛의 몸을 가진 회색왜가리, 눈처럼 새하얀 백로, 그리고 검은 깃털을 자랑하는 흑로. 다양한 왜가리의 깃털 색깔은 그들의 생존 전략 중 하나다. 왜가리는 스스로 깃털 색을 바꿀 수 없지만, 그들의 몸 색깔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진화했다. 서식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보호색을 갖춘 곳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보호색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먹이를 사냥할 때도 도움이 된다. 매우 천천히 움직이거나 가만히 서 있는 경우가 많은 왜가리는 먹잇감이 경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변 환경에 조화되어왔다.

회색과 흰색이 섞인 깃털을 가진 ‘회색왜가리’는 강가나 갯벌, 호수 주변에서 자주 발견된다. 바위나 진흙이 많은 곳에서 몸 색깔이 자연스럽게 배경과 섞이며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물가에 서 있어도 물결과 함께 어우러져 먹잇감인 물고기들에게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몸 전체가 새하얀 깃털로 덮인 ‘백로’는 주로 밝은 환경에서 서식한다. 강가나 연못 근처에서 반사되는 햇빛과 조화를 이루며 눈에 덜 띄게 된다. 또한 흰 깃털은 더운 지역에서 체온 조절에도 유리한 역할을 한다.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되는 ‘흑로’는 완전히 검은 깃털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사냥할 때 날개를 펼쳐 그늘을 만들고 그 아래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먹이를 잡는다. 검은 깃털은 이러한 사냥법을 수행하는 데 최적화된 색깔이다.

왜가리의 깃털 색과 서식 환경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 셈이다. 오늘날에도 왜가리는 강가와 습지에서 조용히 살아가며 자연 환경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이 새들을 관찰할 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진화하고 살아남아 온 그 지혜를 함께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