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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한다는 착각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김영사

검색창을 띄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뭘 검색하려고 했지? 한두 번은 정신이 없어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어가지만 이내 고민이 깊어진다. 내 기억력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25년 넘는 시간 동안 기억의 작동 방식을 연구해 온 저자는 ‘왜 기억이 나지 않지?’라는 물음을 ‘왜 이걸 기억하고 있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억이란 원래 선택적이기 때문이다.

기억의 작동 원리에 대해 저자는 ‘사건의 경계선’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특정 사건의 경험은 ‘맥락’과 ‘도식’이라는 경계선이 구축될 때 기억으로 저장, 활용된다. 맥락이란 사건이 발생한 장소, 상황 그리고 그때의 감정과 같은 경험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저장된다는 뜻이다. 장소나 상황이 달라져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 맥락의 경계선이 허물어져 활용이 어려워진 것이다.

도식이란 특정 장소 및 상황과 관련된 기억을 꺼내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체스를 두는 상황에서 학습된 전략을 활용하는 것. 도식에 기반해 자연스럽게 발동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맥락과 도식을 구축할 만큼 새롭거나 반복되지 않은 경우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기억력이 염려스러운 현대인들에게 저자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 것. 사람은 자신의 예상과 다를 때 충격을 받고 기억에 새긴다. 오늘의 실수가 내일의 경험이 되는 이유다. 둘째는 수면이다. 낮의 경험이 자는 동안 뇌에서 반복돼 저장된다고 하니 숙면 후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은 기분 탓만은 아닌 셈이다. 420쪽, 2만2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