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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 축산물 검사, 전자증명 가속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암호화
시간·비용 절감, 위조 방지 효과

31% 차지하는 美까지 협력하면
전체 수입축산의 68%까지 적용
EU ·加 ·멕시코 등 65國 협의중

디지털 전환에 따라 전자문서가 일상화하고 있지만 국가 간 거래에는 아직 ‘종이’ 문서가 주로 사용된다. 종이 문서를 사용할 경우 시간 면에서 짧으면 수일, 길게는 수십 일이 걸리지만 검사·검역 등 안전이 강조되는 분야에서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경로 의존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국내 수입되는 미국산 축산물에 대해 미국 정부에서 발행하는 위생증명서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미국식품안전검사청(FSIS)과 ‘한·미 수출입 축산물 전자위생증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검사 과정을 시작으로 디지털 전환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시간, 비용뿐 아니라 위·변조 방지 측면에서도 오히려 안전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전환 가속하는 축산물 검사= 18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증명서를 도입할 경우 증명서 위·변조 예방을 통한 안전 강화, 시간·비용 절감 등 편익 증대, 검사업무의 효율성 향상, 탄소 중립 기여 등의 장점이 크다. 기존 종이증명서 체계에서는 수출국 정부와 수출업자, 수입업자를 거쳐 수입국 정부로 문서가 이동하게 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문서를 항공편으로 전할 경우 3일, 선박으로 할 경우 20일 정도가 소요됐다. 반면 전자위생증명을 도입하면 수출국 정부에서 종이증명서를 발급하는 대신 식약처와 연계된 시스템을 통해 전자위생증명 데이터를 전송하고 이를 수입식품 검사관이 확인해 수입신고 처리한다.

한국은 3월 기준 축산물 5개국, 수산물 5개국에 대해 전자위생증명을 적용 중이다. 여기에 한국 축산물 수입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미국까지 전자증명 협력을 현실화할 경우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의 미국산 축산물 수입 건수는 3만7000건으로 전체 수입 건수의 31%에 달하며 수입량(54만t, 30%)과 수입액(4조8000억 원, 39%) 또한 가장 크다. 축산물 수입 건수의 31%를 차지하는 미국까지 전자증명이 적용되면 전체 수입축산물의 68%를 전자위생증명을 통해 수입하게 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르면 연말부터 국내로 수입되는 미국산 축산물(식육, 가금육 및 알 제품)의 종이위생증명서가 전자증명서로 대체된다. 연내 처리될 경우 한국은 세계 최초로 미국으로부터 축산물 위생증명서 정보를 전자 문서로 받는 국가가 된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으로 수입되는 축산물에 대해서만 전자위생증명을 도입했지만 정부는 지난해부터 FSIS와 실무급 협의 등을 통해 긴밀히 협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2028년까지 축산물 검사 97% 전자 전환 목표 = 정부는 수입 건수 기준 현재 37% 수준인 축산물 수입 전자증명 적용을 2028년까지 97%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유럽연합(EU)·캐나다·멕시코 등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현재 65개국과 관련 협의를 벌이고 있다.

정부가 검사 증명서에 대한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은 축산물 수입과정에서 기존 종이증명서와 비교해 위·변조 확인 등이 쉽다는 점 때문이다. 전자증명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송수신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문서데이터를 담은 정보 ‘블록’을 암호화해 서로 연결하고 분산 저장함으로써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또 항공편으로 문서를 전달할 경우 발생하는 수수료도 저감할 수 있다. 미국산 축산물의 경우 약 11만 건(2023년 기준)의 수입 축·수산물이 전자위생증명 적용을 받게 돼 약 87억 원의 국제우편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기존 종이 문서에 비해 신고 절차도 간소화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입업자 등이 관세청 통관단일창구(Uni-Pass) 홈페이지에 접속해 수입신고서에 수출 위생증명서 번호를 입력하면 곧장 수입신고가 가능하다”며 “종이 문서 감축으로 탄소 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축산물뿐 아니라 수산물 검사 과정에서도 전자증명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전자위생증명이 적용되면 증명서 위·변조를 예방할 수 있게 되고 종이위생증명서(원본) 확인·보관이 필요 없게 되는 등 검사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식약처는 수입 축·수산물에 대한 전자위생증명을 확대하는 등 ‘식품안전관리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글로벌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축산물 5개국·수산물 5개국과 전자위생증명 적용중

2021년 호주산 식육 첫 적용
2028년엔 美·日 수산물 확대

한국은 3월 기준 축산물 교역과 관련해 5개국, 수산물에 대해서도 5개국과 전자위생증명을 적용 중이다. 시간·비용절감뿐 아니라 위·변조 방지 등 장점이 있어 정부는 전자위생증명을 지속해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9월 호주산 식육제품에 최초로 전자위생증명을 적용한 이후 다음 해 칠레, 태국에도 확대 적용했고 지난해에는 브라질, 뉴질랜드 등 모두 5개 국가에 대해 전자위생증명을 적용했다.

정부는 이번에 미국과 ‘한·미 수출입 축산물 전자위생증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전체 축산물 검사 부문에서 전자위생증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수산물에 대해서는 2022년 6월 필리핀과 전자위생증명을 시행한 이후 같은 해 칠레, 노르웨이로 확대 적용했고, 러시아와 페루에 대해 시범운영 중이다. 식약처는 올해 태국, 베트남과 전자위생증명 도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수산물 전체 위생 증명에서 전자위생증명은 29% 수준인데 정부는 올해 말까지 35%로 늘리고 2028년에는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해 92%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통상 축산물의 경우 동물 유래 특성상 식품안전성과 가축전염병 전파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종이증명서로는 시스템 연계에 제한이 크다. 공유가 용이한 전자증명서는 시스템 연계와 데이터 공동 활용이 가능한데 식약처는 지난해 축산물 부문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산물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과 시스템 연계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