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세인 ‘중간재’에 속하는데
미국·EU “모니터로 분류, 부과를”
정부, 협상통해 품목 변경 막아

실외 건물 등에 부착돼 광고영상 등을 재생하는 대형 모니터에 들어가는 ‘옥외광고용 LED 디스플레이 모듈’에 대해 미국 등 주요국이 품목분류기준을 바꿔 관세를 부과하려고 했으나, 우리 정부가 막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 컨트롤타워의 부재’ 속에서 우리 정부의 관세 협상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제75차 세계관세기구(WCO) 품목분류위원회에서 회원국들은 옥외광고용 LED 디스플레이 모듈에 대해 우리 관세 당국의 의견을 수용해 ‘품목분류(HS) 제8524호’(평판디스플레이모듈)로 분류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HS는 WCO 분류체계에 따른 품목 분류 기준으로 관세율과 통관요건 결정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된 평판디스플레이모듈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LED 등의 평판 기술을 적용한 영상출력장치(스크린)를 갖춘 것을 뜻하는데 중간재 부품이어서 대다수 품목의 관세율이 0%로 책정돼 있다. 그런데 스위스·미국·유럽연합(EU) 등은 2023∼2024년 제71∼74차 WCO 품목분류위원회에서 옥외광고용 LED 디스플레이 모듈을 ‘HS 제8528.59호’(기타 모니터)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S 제8528.59호에 대해선 주요국들이 관세(기본세율 미국 5%, EU 14%)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옥외광고용 LED 디스플레이 모듈이 ‘영상신호 변환 기능이 없고, 다른 기기와 결합하는 중간제품’이라고 회원국 관계자들에게 설명했다. 특성을 고려해 품목분류변경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특히 다수의 회원국이 디스플레이 기술과 물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없었던 탓에 정부는 산업계와 수차례 논의하면서 물품에 대한 이해와 품목분류기준을 함께 비교하며 최대한 쉽고 간단명료하게 회원국들을 이해시키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회원국들은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 기업들은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관세 부담을 지지 않게 돼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은숙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본부장은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둔 한국 TV 제조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옥외광고용 LED 디스플레이 모듈을 무관세 조치로 막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