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도로 하나 사이에 두고 찬탄-반탄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 인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도로 반대편에서는 탄핵 반대 시위가 진행됐다. 윤성호 기자

의원 82명은 ‘각하촉구’ 2차 탄원
강승규, 전한길 초청해 세미나
지도부 “개별행동 안맞아” 난색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에 대거 참여하면서 사실상 집단 장외투쟁에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신중론을 견지하며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결집하는 지지층을 고려해 의원들의 개별 행보를 제지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80여 명의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심판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2차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이후 여당 내부도 들끓고 있다.

12일 오전 9시 30분 기준 국민의힘 의원 59명이 헌재 앞 24시간 릴레이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의원 단체 텔레그램 방에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여당 의석(108석)의 절반을 훌쩍 넘긴 규모로 사실상 집단 장외투쟁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이 전날 의원총회에서 릴레이 시위를 제안했을 당시에는 강승규·박대출·박성민·장동혁 의원 등만 동참했으나 하루 새 지원자가 절반을 넘겼다. 릴레이 시위에 나선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도부 기조와 별개로 절차에 흠결이 있는 탄핵심판 선고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나도 나서야 한다는 의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82명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적법한 절차에 따른 공정한 재판과 윤 대통령 탄핵심판 각하를 촉구하는 2차 탄원서를 제출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으로 적법절차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며 “소추 동일성이 없는 내란죄 철회를 불허하고, 대통령 탄핵심판을 각하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안 심판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내란행위를 입증할 충분하고 신빙성 있는 증거가 없고 설령 계엄이 헌법 또는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의 의회독재의 심각성을 고려해 기각 결정을 해주실 것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강 의원이 주최한 ‘국민저항권 긴급세미나’에는 강성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기조연설자로 초청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가기관의 위법한 권한에 대해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저항권을 다뤘는데, 보수 지지층들이 대거 광장에 나가 위법한 수사와 탄핵 인용에 반대하는 상황에 대한 정당성에 사실상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원들 다수가 장외 시위에 나서는 등 탄핵 각하·기각을 주장하는 움직임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자 지도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에 따른 조기 대선 상황을 고려하면 탄핵 심판과 거리를 둬야 하지만 결집하는 지지층을 고려하면 일부 의원의 장외투쟁을 막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김대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국민들이 바라보는 것은 안정과 질서, 그리고 민생”이라며 “지도부에서는 (지도부의 방침을) 수용하지 않고 의원들 개별적으로 하는 행동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