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테슬라 좋아요　 도널드 트럼프(앞쪽)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11일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새로 구매한 테슬라의 빨간색 모델S를 시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신분이라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해당 차량을 백악관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PA 연합뉴스

■ 美, LMO감자 등 개방 요구

LMO 식품 유해성 등 우려
주키니호박 판매중단 사례도
‘광우병 파동’ 소고기도 민감
수입땐 농가·시민단체 반발

구글 고정밀지도 반출도 요구
비관세 품목 통상공세 본격화

미국 정부가 번식가능한 유전자변형농산물(LMO) 감자 수입을 우리 정부에 비공식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내 농가와 시민단체 반발 등 파장이 확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또 국내 안보상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금지 규제와 해외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도 비관세 장벽을 이유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LMO 감자의 경우 인체 유해성과 생태계 교란 등의 우려로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국내 수입 및 재배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LMO는 한 품종도 없으며 농업용(사료용)이나 식품가공용으로만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유채) 등 6종 품목의 LMO가 수입 허용돼 있다. 2023년 3월에는 미승인 LMO 식품이 시중에 유통돼 인체 유해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당시 관계 부처들은 주키니 호박 종자 2종에서 LMO가 확인됐다고 발표하며 제품을 전량 판매 중단하고 수거·폐기 조치했다.

정부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LMO 감자를 수입할 수 있는지 조심스레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안전성 우려가 크고, 농가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되면서 곧바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선 해외에서 LMO 감자를 수입하는 경우가 있는지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사례를 확인하고 있다”며 “안전성 우려가 큰 만큼 우선 협상 대상으로 고려하기는 어려울 만한 사안”이라고 했다. 정부는 대신 병충해 등 검역을 이유로 미국 3개 주에서만 감자를 수입하는 현행 규정을 바꿔 미국의 11개 주를 추가해 감자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축산업계가 최근 한국의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금지 조치 해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과일류 수입 규제 완화 등 국내 농축산 시장 개방을 적극 요구하는 점도 향후 양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이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광우병 우려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가 장기간 협상 끝에 2008년 합의한 내용이다.

미국 정부는 또 지난달 방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금지 규제 완화도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구글은 2007년과 2016년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으나 허가받지 못했는데, 미 정부가 이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국가 안보상 이유로 위성 사진 등 지리적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내달 2일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비관세 장벽에 대한 규제 완화 요구가 잇따르면서 산업부 내 조선·에너지·알래스카LNG·관세·비관세 등 5개 분과를 조직했다. 이르면 이달 열릴 한·미 실무협의체 협상 준비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등과 관련해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농축산 시장 개방 문제는 농가 피해를 고려해 적극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했다.

■ 용어설명

‘GMO·LMO’ = GMO는‘유전자변형농산물(혹은 생물체)’의 영어 약자로 유전자가 인위적으로 조작된 생물체(식용)나 농산물을 뜻한다. 이 기술을 활용해 식품을 만들면 이를 유전자변형식품이라고 한다. LMO는 ‘번식가능한(living) 유전자변형농산물’로서 유전자가 조작된 생물 중 생·번식을 통한 재생산이 가능하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