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덴마크령 그린란드 총선이 열린 11일 그린란드 선거 당국 직원들이 수도 뉴크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개표 작업 개시를 위해 투표함을 개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덴마크령 그린란드에서 11일 열린 총선에서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에 신중한 입장인 우파 성향의 야당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즉각 독립이나 미국 편입보다 우선은 덴마크에 잔류하는 쪽을 유권자들이 선택한 것이다. 그린란드 역사상 가장 많은 국제적 관심을 받은 이번 총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주장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현지 매체 세르미치아크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그린란드 총선에서 친기업 우파 성향의 민주당이 29.9%를 득표하며 1위를 기록했다. 당초 좌파 성향의 집권 연합이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민주당이 깜짝 선전을 한 것이다. 실제 민주당의 이 같은 득표율은 직전 2021년 총선에서 이들이 얻었던 득표율인 9.1%의 3배가 넘는 수치다. 민주당은 친기업 정책, 감세 정책 등을 강조하는 우파정당으로, 최근 그린란드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독립에 대해서는 즉각 독립보다는 신중한 접근을 추구한다. 그린란드가 즉각 독립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협력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제1야당 날레라크는 24.5%를 득표하며 2위에 올랐다. 반면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에 반대하고 자치권을 강조하는 좌파 성향의 집권 연합인 이누이트 공동체당과 시우무트당의 득표율은 각각 21.4%, 14.7%로 집계됐다. 직전 선거에서 이들이 각각 기록했던 37.4%, 30.1%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이들의 이번 총선 득표율을 합쳐도 36.1%에 불과하다.

11일 오전 9시에 72개 투표소에서 시작된 총선 투표는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은 오후 8시 30분쯤 종료됐다. 수도 누크에 위치한 일부 투표소에 너무 많은 수의 유권자가 몰리는 바람에 당국이 투표 종료 시간을 연장한 것이다. 4만여 명의 등록 유권자 중 약 2만8000명이 투표권을 행사해 총 31명의 비례대표를 선출한 이번 총선 최종 투표율도 실제 약 70.8%로 높았다. 직전 선거인 2021년 총선의 최종 투표율인 65.9%보다도 증가한 수치다.

덴마크의 식민지였던 그린란드는 1979년 일부 자치권을 얻어 자체적인 총선도 진행해 왔으나, 아직 덴마크가 그린란드의 외교·안보, 통화 등 일부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또 그린란드는 2009년 덴마크로부터의 완전한 독립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지만, 덴마크의 지원이 없어지면 경제가 악화해 주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직 국민투표를 진행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