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 지정후 입장 낼수도

윤석열 대통령은 석방 나흘째인 11일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며 헌법재판소 심판 동향과 여론 추이를 면밀히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측은 불필요한 입장을 내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는 등 정중동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헌재 선고일이 지정되면 윤 대통령이 대국민메시지를 내는 등 마지막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관저에서 독서나 산책을 주로 하시며 몸을 추스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분간 어떠한 메시지나 입장을 내는 것 없이 차분하게 임하자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지난 8일부터 전날까지 이어온 ‘관저 정치’가 다소 주춤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외 행보가 막바지 평의를 진행하는 헌법 재판관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헌재의 기류가 기각·각하 쪽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여권 기대감도 절제 행보의 이유로 꼽힌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사실 의원들이 주로 만남이나 통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느냐”며 “대통령께서 절제된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이나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내는 등 중대 결심이 있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특히, 헌재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임기 단축 개헌과 관련해 구체적인 스케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임기를 단축하고 개헌을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헌법 재판관들의 판단 공간을 넓히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 관계자는 “최종 의견 진술 당시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로 다 설명이 된 것 아니냐”며 “같은 입장을 또 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