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중앙지법 전경.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문자 등 대량 살포 대행 사이트 운영한 혐의…6년간 9억3626만여건 달해
1건당 13~18원, 총수익 165억 달해…불법대출·인터넷 도박·성매매 광고 문자도 발송
1심 "관련 범죄 용이하게 해 죄질 나쁘고 취득한 이익 규모도 상당"


보이스피싱 조직이나 불법 도박사이트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수억 건의 미끼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된 일당들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받는 A(40) 씨에게 최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직원 B(39) 씨와 인터넷 사이트 개발자 C(38) 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A 씨는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 메시지를 대량 발송하는 B 인터넷 사이트의 대표다. 해당 인터넷 사이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등록되지 않은 채, 해외 발신 번호를 이용해 국내 감시망을 우회하는 불법 사이트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등은 이같은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6년여간 총 9억3626만여 건의 문자를 발송하고 대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의뢰받은 문자 상당수는 범죄와 연관된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결제를 사칭하는 피싱 문자, 농협·국민은행 등 금융기관이나 정부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관련 문자, 불법 의약품이나 도박·유흥업소 광고 문자 등이 주를 이뤘다.

A 씨는 ‘국내 최고의 해외 문자 사이트, 해외 발신 번호 사용’ 등의 문구로 광고를 한 뒤, 의뢰인들과 텔레그램으로 문자 내용을 협의해 1건당 13~18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일당이 얻은 총 수익이 165억 원에 달한다고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정 판사는 "법률에서 금지하는 불법대출, 통장매매, 인터넷 도박, 불법 의약품, 성매매 등 광고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송되도록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문자 상당수가 범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으로 범죄를 용이하게 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고 취득한 이익의 규모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