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가 이스라엘군에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전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도 대응하지 못한 ‘정보 실패’를 인정했다.

4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신베트는 이날 8페이지 분량의 조사 보고서 요약본을 통해 “기습 공격 전날인 2023년 10월 6일 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용 휴대전화 심카드(유심칩) 45개가 일제히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하는 등 일부 이상징후를 탐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튿날 하마스의 공격 활동을 경고했지만 잠재적 공격 규모나 시기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신베트는 가자지구 내 휴민트(인적 정보)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스라엘군과 정보 협력이 부족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신베트는 “2018년과 2022년 입수한 일명 ‘예리코 성벽’ 문서에 담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이를 임박한 위협으로 처리하지 못해 준비가 부족했고, 이 실패가 전쟁 발발 몇 시간 전 정보 수집과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은 이날 “우리는 10월 7일 학살을 막지 못했다”며 “기관 수장으로서 이 무거운 짐을 평생 어깨에 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르 국장은 “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광범위한 진실 규명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전쟁의 근본 책임을 사실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돌리고 있다고 TOI는 보도했다.

정지연 기자 jjy072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