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기자회견하는 尹지지단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보수단체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 관계자 등 10여 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노지운 기자

“문형배 사퇴하라” “탄핵 반대”
헌재 100m내 집회 제한되자
법망 피해 1인 시위 등 ‘꼼수’
경찰 “구호제창은 불법” 경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다음 주쯤으로 전망되면서 반탄(탄핵 반대) 단체들이 매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릴레이 시위와 기자회견을 열며 ‘탄핵 기각’을 압박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앞은 신고된 집회가 ‘0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탄핵 반대” “문형배 사퇴” 등을 외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가득했다. 반탄 단체의 기자회견과 ‘탄핵 반대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모임(탄반모)’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지면서다. 이날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1인 시위에 나선 하종대 국민의힘 부천시병 당협위원장은 “탄핵 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당협위원장들이 1시간씩 돌아가면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인 시위자들과 보수 유튜버 수십 명도 헌재 앞에 몰려들어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부터 시작된 윤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의 무제한 기자회견도 이틀째 계속됐다. 국민변호인단은 전날부터 탄핵 심판 선고일까지 ‘청년 무제한 필리버스터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국민변호인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1시간마다 돌아가면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다른 반탄 단체들도 잇따라 탄핵 선고일까지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헌재를 향한 압박은 탄핵 선고일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기자회견과 1인 시위가 집시법을 악용한 ‘꼼수 집회’라는 비판도 나온다. 집시법은 법원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하면서도 기자회견·1인 시위는 허용하는데, 외양만 포장해 사실상 미신고 집회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기자회견과 1인 시위는 집회·시위 신고 대상이 아닌 만큼 구호 제창이 불가하다. 하지만 이날 이들은 확성기와 스피커를 사용해 구호를 제창하고 피케팅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에 현장에 나온 경찰은 “기자회견 중 구호제창은 미신고 집회에 해당하므로 불법행위에 대한 채증을 시작하겠다”고 경고 방송을 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20년 대법원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구호를 제창하는 퍼포먼스는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대상으로도 이뤄졌으므로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헌재 앞 기자회견과 1인 시위는 집시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편법의 성격이 있다”며 “특정 단체가 사람을 모집해 시간대를 정해주는 등 조직적으로 계획하거나, 이들이 위치가 서로 밀접해 있다면 집시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지운·김린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