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텅 빈 의대 전국 대다수 의대가 1학기 개강을 한 4일 오전 서울 한 의대 사물함실에 의사 가운과 교과서가 널브러져 있다. 윤성호 기자

이주호 ‘정원 동결’ 내놨지만
의료계는 정부 ‘백기투항’ 요구
원로도 “2024년 수준”동조성명

신입생 포함 의대생은 꿈쩍안해
경찰, ‘수업불참 강요’5건 수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동결’ 카드를 꺼내자 의료계가 연대성명을 앞세워 정부에 ‘증원 0명’을 압박하며 사실상 ‘백기 투항’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성명에는 사직 전공의들이 집행부에 포진한 채 정원 감원을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 등을 비롯한 4개 의사단체는 동의 의견을 회신하지 않았다. 의대 증원 혜택을 입은 25학번 신입생마저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수업 거부에 나선 만큼 의대 동결 카드가 의정 갈등의 주축인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를 위한 단초가 되기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학회 전·현직 회장 및 의학한림원·의대 출신 역대 대학 총장 등은 이날 오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24학년 정원(3058명)으로 설정해달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낼 예정이다. 2027학년도부터는 “의료계와 협의해 구성된 합리적 기구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원로들의 성명은 최근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의교협)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보낸 협조 요청 공문에 동조하는 일환으로 보인다. 의교협은 공문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 3058명 △2027년부터 의대 정원은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에서 결정 △의학교육을 위해 전폭 지원책 마련 등을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에 의대 정원을 동결하고 의대 관련 정책 결정권을 포기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의료계 요구대로 ‘의대 증원 0명’이 현실화돼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겐 병원에 돌아올 수 있는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증원 정책 백지화 등 8대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다. 자유의사에 따라 제출한 휴학계에는 정부가 공권력 남용을 할 수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요구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도 요지부동이다. 의교협의 성명엔 의협·대한병원협회·대한개원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의료계 핵심 단체들이 빠져 있어 힘을 받기 어려울 실정이다. 의료계에선 의대 정원을 감원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의대 증원 혜택을 입은 신입생들마저 동맹휴학에 동참하면서 사직 전공의 집단행동에 화력을 보태고 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대학에선 25학번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휴학 찬반 기명 투표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병원 A 교수는 “기명으로 수업 거부 투표를 진행 중인 의대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 B 씨는 “25학번 수업거부는 예견된 일”이라며 “의대 족보, 취업 등에 선배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폐쇄적인 구조 탓에 신입생들에겐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신학기 수업 불참을 강요하거나 복귀 의대생들을 비난한 연세대 의대생 등 5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현아·유민우·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