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녹음청취 대신 녹취록 열람
李측 반대로 추가간소화는 불발

대법원이 재판지연 해소를 위해 공판 갱신절차를 간소화한 후 처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비리 의혹’ 형사재판에서 ‘녹음 청취’ 대신 ‘녹취록 열람’ 원칙이 적용됐다. 다만 이 대표 측 반대로 추가 간소화 조처는 불발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진관)는 이날 오전 이 대표의 대장동 비리 의혹 사건 70차 공판기일을 진행하고 재판갱신 절차를 논의했다. 재판부는 변경된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갱신절차 간소화 의향을 물었으나 이 대표 측은 “원칙적으로, 원래 방법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 측 조원철 변호사는 “복잡한 내용·구조의 사건을 충분히 숙지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 원활한 심리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사건에 따라 수개월이 걸렸던 기존 녹음 청취 대신 녹취록을 열람하는 방식으로 갱신절차를 일부 간소화했지만 추가 간소화는 무산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 동의가 없기 때문에 (보다) 간이한 방법은 진행할 수 없고, 녹취록 조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면서 “주요 쟁점이 있는 특정 부분의 경우 녹음을 들을 것인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갱신절차는 한 달 안에는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대표 측이 잦은 녹음 청취를 요청하면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재판부는 이 재판의 다음 공판기일을 오는 11일로 예고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28일 ‘신속 재판’의 맥락에서 공판 갱신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공판 갱신절차란 인사이동 등으로 도중에 재판을 맡게 된 법관이 이전까지의 재판 진행 상황을 숙지하도록 녹음재생 등으로 기존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인데, 검사·피고인 한쪽이라도 요청할 시 공판 녹음을 재판부가 모두 들어야 해 갱신절차만 수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갱신절차가 재판지연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대법원은 형사소송규칙 144조 ‘공판절차의 갱신절차’에 재판부가 녹음파일을 모두 듣는 대신 녹취를 열람하거나 요지를 고지하는 등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 대표 대장동 사건의 재판부는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 사무분담 조정으로 재판장과 배석판사 2명 등 재판부가 모두 교체된 바 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