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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무비’ 주연 박보영

여러 모습 보여주고 싶은 욕심
권태 안 빠지려 식당서 알바도

“매번 밝은 척만 하면 안 힘드나?”

넷플릭스 드라마 ‘멜로 무비’의 여주인공 김무비는 항상 웃는 얼굴로 여러 사람을 두루 챙기는 고겸(최우식)에게 이렇게 말한다. 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감정을 소비해야 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청춘의 폐부를 찌르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는 대중에게 항상 밝고 귀여운 이미지로 각인된 박보영(사진)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김무비는 냉소적이다. 어린 시절 오직 영화밖에 몰랐던 아버지를 잃은 후 겪은 결핍,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받는 상처가 두려워 일정 거리를 두는 인물이다.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며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박보영을 지켜보는 건 새롭고 흥미롭다.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박보영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부릴 때 ‘멜로 무비’ 시나리오를 받았다”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제안받고 ‘저한테 주신 게 맞냐’고 물어봤다. 각자의 아픔을 상대를 통해서 돌아보고 서로의 아픔을 품어주는 과정을 담은 ‘성숙한 멜로’라고 생각했다. 또 제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오랜 기간 ‘뽀블리’(박보영+러블리)라 불렸다. 특유의 동안(童顔)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당차면서도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우울증을 겪는 간호사(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재난 상황 속에서도 인간됨을 유지하려는 생존자(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 돌아온 간호사(디즈니+ ‘조명가게’) 등을 연기했다.

박보영은 “이전에는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주(主)였다. 하지만 ‘저 그렇게 밝기만 한 사람은 아니에요’라고,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다’ 하는 마음으로 이런 작품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연기 밥’을 먹은 지 20년 차가 됐다. 박보영조차 “시간이 언제 그렇게 흘렀느냐”고 되물으며 짐짓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다. 꾸준한 작품 활동 중에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촬영이 없을 때는 배우라는 직업과 동떨어진 일에도 몰두하며 몸과 마음을 다잡는다. 그 예로 형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빈 그릇을 치우는 등 아르바이트를 한다. 박보영은 “일이 진짜 힘들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내 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배우로서 또 다른 20년을 열며 곧바로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다. 상반기 중 방송되는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이다. 다시금 박보영 특유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로맨스물이다.

“배우로서 제2막이 이미 시작된 것 같아요. 최근에 차분하고 어두운 느낌의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 예전처럼 까불고, 밝은 연기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 마음이란 참 간사해요, 하하.”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