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8일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로비로 ‘2036 올림픽 서울 유치 피켓’을 들고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흑자 올림픽’ 전략에도…대한체육회 대의원 표심이 전북으로 쏠려
서울시 추진 전략·판단력에 의문부호 붙어…내부서 ‘책임론’ 제기 가능성


서울시가 월등한 도시 경쟁력을 바탕으로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 선정을 낙관했다가 전북도에 뜻밖의 참패를 당했다.

1일 대한체육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유효 투표수 61표(무효표 1표) 중 11표를 얻는 데 그치며 49표를 획득한 전북도에 2036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 지위를 내줬다. 오 시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서울의 강점을 프레젠테이션(PT) 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의 표심은 전북도로 쏠렸다.

서울시는 그동안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 선정을 자신해왔다. 세계적 수준의 기반 시설을 갖춘 데다 대회 유치·운영을 위한 재정 역량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압도한다는 점, 세계 6위에 오른 도시 경쟁력이 자신감의 근거였다.

시는 또 ‘흑자 올림픽’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시는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을 6만 석 이상 최신 시설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점, 돔구장 등이 포함된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 단지도 2032년에 조성이 끝나는 점도 강조해왔다. 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차기 위원장 후보군까지 분석하며 해외 도시들과 경쟁에 대비해 왔지만,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은 뜻밖에 전북의 손을 들어줬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지난 2019년 부산시를 따돌리고 2032년 올림픽 유치 신청 도시로 선정됐음에도 남북 공동 개최를 추진하다 실패했던 서울에 다시 기회를 줄 수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서울 시민들 또한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가 되지 못하면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게 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7~8월 실시한 시민 설문조사 당시 시민 85.2%(전국 81.7%)가 올림픽 유치에 찬성했으며, 93.8%(전국 89.8%)는 "2036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 시장도 이번 결과가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됐을 경우 ‘추진력 있는 리더’로 대권 가도가 탄력을 받았겠지만, 큰 차이로 패하면서 추진 전략과 상황 판단 등이 적절했는지 의문 부호가 붙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이 전북보다 올림픽 유치에 필요한 재정·기반시설·입지 여건 등이 우월했음에도 ‘대패’했기 때문에, 시 내부에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오 시장은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으로 IOC에서 2036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될 수 있도록 서울은 지금까지 쌓아온 IOC 관련 접촉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며 "전북 개최는 지역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한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