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정보기관들을 총괄 지휘하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정보업무 종사자들 100여명을 해고하라고 각 기관에 지시했다. 이들이 국가안보국(NSA)의 업무용 정보공유 시스템 ‘인텔링크’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내용의 채팅을 했다는 이유다.

2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개버드 국장은 지난 2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들 모두를 면직하고 (기밀정보 취급을 위한) 보안인가도 취소토록 오늘 지시했다"고 밝혔다. NSA도 X에 올린 입장문에서 "(정보당국 종사자들의) 부적절한 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는 게시물들에 관해 알고 있다"며 이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개버드 국장의 인터뷰와 NSA의 입장문 발표에 앞서서 보수성향 블로거인 크리스토퍼 루포 맨해튼정책연구원(MIPR) 선임연구원은 NSA의 인텔링크에서 부적절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최근 2년 사이 오간 "적나라한" 채팅의 내용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루포는 NSA의 현직 직원 1명과 전직 직원 1명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성관계나 폴리아모리(다자연애) 등에 관해 폭넓은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정보를 교환하며 일하는 정보분석가들이 주로 쓰는 인텔링크에 임무와 무관한 내용을 올리는 것은 금지돼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징계 대상이 된다. 정보 업무를 하는 한 계약직 직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정보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일할 때 채팅하기를 좋아한다"며 이는 외부 세계에 접근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정보 분야 고위공무원인 래리 파이퍼 조지메이슨대 헤이든센터 소장도 WP에 "안타깝게도 인텔링크와 개별 (정보분야) 기관들의 채팅방에 항상 문제가 있어 왔다"며 과거에도 괴롭힘, 정치 이야기, 인종차별적 발언 등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신고가 들어오면 감찰 조사가 실시됐고 필요하면 행정적 조치가 내려졌다"며 채팅방 문제로 해고된 사례는 전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고 보니, (DNI 국장이) 정보기관 근무자를 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사례도 기억에 없다"며 이번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