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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침체 넘어 붕괴 위험 직면.’ 여행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최근 낸 리포트의 도발적 제목입니다. 리포트는 올 들어 국내여행 소비자 지표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내용입니다. 국내여행 관심도와 경험률, 여행비 지출이 크게 줄었고, 앞으로도 더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과 함께 ‘여행산업 초토화 가능성’까지 언급합니다.

리포트 분석 내용은 국내 여행지에서 느낀 체감과 비슷했습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고환율 등 우리 경제의 겹치기 악재가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나빠진 주머니 사정이 곧 여행 경기 침체로 드러나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국내여행 붕괴 위험의 원인으로 지목한 건 두 가지. 하나는 ‘비이성적 국내여행 경시’이고, 두번째는 ‘무조건적인 해외여행 선호’입니다.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립니다. 해외여행에 대한 ‘맹목적 선망’을 지적하고, 이건 경제력이 아닌 ‘소비의식의 문제’라고 일갈합니다. ‘(이렇게)빗나간 소비의식이 만연한다면 해결책은 없다’는 대목을 읽으면서는 ‘야단맞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선호가 유별난 건 사실입니다만, 이런 식의 비난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값비싼 해외명품 소비를, 그걸 사는 이를 비난해서 줄일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해외여행 목적지 국가의 관광 마케팅은 갈수록 더 체계적이고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한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대도시 과잉관광에 대한 대처와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의 지방 방문 촉진 마케팅을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체계적으로 구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무얼 하고 있을까요. 경제대책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드는 ‘숙박 쿠폰’ 사업 외에는 떠오르는 게 별로 없습니다. 지난 2020년 시작한 숙박쿠폰 사업이 올해로 6년째입니다. 사업 내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사업의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은 건 정규예산이나 인력이 편성된 정부 지속 사업이 아니라 그때그때 관광진흥기금에서 자금을 융통해 땜질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서입니다.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여행 콘텐츠 개발보다는 세금으로 여행비를 깎아주는 ‘반값여행’이나 여행사가 손님을 모아오면 내주는 인센티브 경쟁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정권은 마지막 전리품을 거두려는 듯 1년 넘게 공석으로 내버려뒀던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낙하산 투하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국내관광이 잘 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