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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후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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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수 작가의 ‘쌍갑포차’는 한국 토속적인 휴머니즘을 전달하는 수작이다. 최근 영화 ‘파묘’에서도 느껴지는 한국 특유의 매력적인 무속 세계관이 이 작품에서는 더욱 친근하게 펼쳐진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그승’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화자 월주신은 산 자와 죽은 자들 사이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국 근현대사의 틈에 있었던 서민들의 삶을 꺼내놓아 보여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질박한 제철 음식과 토속 오컬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스토리텔링일 것이다. 돼지 뒷고기 숯불구이부터 고구마 맛탕, 최근의 백설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피가 되어 흐르고 있을 다양한 한국의 음식들이 다시금 독자인 나의 힘이 되어주는 경험을 선사한다. 우리가 이미 다 알고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바로 그 맛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 다루는 한국의 무속은 단순한 공포와 자극의 소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당·귀신·삼신할미·저승사자·산신령 등이 만들어내는 무속의 세계관은 우리 근현대사의 깊은 상처와 부조리의 균열에 스며들어 메우고 치료하는 토속적 환상성으로 기능한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상, 전쟁의 상흔, 독재 정권하의 억압된 목소리들. 이런 역사적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는 작가의 창작 세계관인 ‘그승’이라는 초현실적 공간의 도움을 받아 전개된다. 소박하고 단순한 그림체이지만 고증이 철저한 무대와 소품, 입말이 살아 있는 대사도 작품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특히 그 시대 여성의 서사를 끌어내는 데도 탁월하다. 어머니와 딸로 이어지는 가해와 피해의 되물림을 그려낸 생굴 편은, 여성들이 굴처럼 입을 꼭 닫고 말없이 쌓아 올린 굴 껍데기가 거대한 산을 이룬 것을 보여주며 많은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이 작품을 왜 읽어야 하는지 한 문장으로 말하라면,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6·25전쟁, 1980년대까지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질곡 속에서도 휩쓸리되 뽑히진 않았던, 가장 구석진 곳의 풀뿌리 같은 서민의 삶을 포착하는 휴머니즘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가장 평범한 음식 속에서 비범한 이야기가, 가장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역사가 발견된다. 이것은 아마 퇴근길에 소주 한잔이 생각나 들어간 포장마차의, 바로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과 닮은 모습일 것이다.

전혜정 청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