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이 소추 73일 만인 25일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로 마무리되고, 헌법재판관 8명의 판단만 남았다.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6명 이상이 인용 의견을 내면 윤 대통령은 파면, 3명 이상의 반대로 6명에 못 미치면 기각되고 윤 대통령은 복귀한다. 파면과 복귀 아닌 중간 상태의 결정이 있을 수 없고, 상급심도 없다. 4400만 명이 넘는 20대 대선 유권자 결정만큼 재판관 8명의 결정이 중요한 것이다. 그만큼 헌재는 심사숙고해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만한 결정을 하고, 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최종 변론 뒤 14일, 박근혜 대통령 경우엔 11일 만에 선고된 바 있지만, 그런 선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치열한 평의(評議)를 거쳐 만장일치 결정을 하는 일이다. 문형배 소장 대행 등 8명의 성향과 역량을 볼 때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 결정 때처럼 4 대 4로 찬반이 나뉘고, 정치·이념 성향에 따라 갈렸다는 평가를 들으면, 헌재의 존립 근거부터 훼손될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문형배 소장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4월 18일을 시한으로 해서 국민 앞에 최대한 고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세계에 내놓을 만한 역사적 헌법재판 결정문을 도출하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 소장 대행을 맡았던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관은 임기 만료 3일 전에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 결정으로 인한 국민 갈등을 줄이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어떤 결정이든 승복은 당연하다. 그러나 탄핵 찬반을 둘러싼 분열 양상이 심상치 않다. 윤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12·3 계엄은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며 “거대 야당의 줄 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 기능을 마비시켜 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겠다”며 임기 단축 개헌과 총리에 권한 이양도 시사했지만, 야당의 반발로 개헌 등은 원천적으로 공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