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가적 차원 대응 늦어질땐 생존까지 위협”[관세전쟁, 위기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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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전쟁, 위기의 한국 - (1) 산업 전방위 ‘직격탄’

美, K-전자까지 타깃 삼을듯
협상 후순위 밀릴땐 타격 심화

손해감축 위한 방어전략 보다
美 에너지 구입·조선 협력 등
美와 윈윈해법 찾아 협상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기업·정부·정치권의 국가적인 차원의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차·철강·반도체·전자 등 한국 수출을 떠받쳐온 주요 산업이 삽시간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생존에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부재가 장기화하고 있는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후 순위로 밀릴 경우 산업별 타격이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손해를 줄이는 데 급급한 수세적인 전략을 넘어서 한·미 양국이 전방위적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 서둘러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영태 한국무역학회 회장은 25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미국은 자국 안보를 위해서 갈수록 더 강하게 무역법을 밀어붙일 것”이라며 “대(對)미 수출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투자 인센티브 조정까지 이뤄지면 한국의 첨단산업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은 “미국은 철강·알루미늄·자동차·반도체 등 적자 폭이 큰 품목 순으로 관세 타깃을 정하고 있다”며 “현재 한·미 무역 관계를 보면 앞으로 디스플레이·TV 등 전자 산업 쪽에 추가 관세 폭탄을 날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자동차에 25% 관세가 매겨지면 한국 자동차 수출에 미칠 여파는 엄청날 것”이라며 “현대자동차·기아는 현지 생산력을 강화해 대응한다고는 하지만 신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내 수출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미국 수출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한국GM은 자체적인 비용 절감·생산성 향상 조치로는 관세 여파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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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본·유럽 등 주요국이 정부 차원에서 즉각 대미 협상에 나선 만큼 한국도 민관 협력을 통해 ‘글로벌 외톨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생산 시설을 미국 내로 옮기라며 각국을 압박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긍정적 효과·한국이 미국 경제에 기여한 정도 등의 논리를 앞세워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부각한다면 미국이 개별 협상에서 관세를 낮춰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양희동 한국경영학회 회장은 “기업의 자체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고위 관료급이 나서 관세 유예 조치 등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늘어난 건 현지 공장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자재 등이 모두 수출로 잡힌 요인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 미국 제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필요한 한국 물품에는 관세 유예가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면 우리도 에너지 등 미국으로부터 사야 할 건 사고, 미국이 관심 있어 하는 조선 협력 프로젝트 등에 참여해야 한다”며 “기업 자체로 해결할 수 없는 건 정부에 요청해서라도 한·미 간 무역을 축소지향적이 아닌 상호 윈윈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근홍·최지영·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