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수년간 루게릭병 앓아
“대중음악 경계·기록 깼다”추모

이미지 크게보기

한국인에 가장 친숙한 팝송으로 불리는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즈 송’(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부른 미국 팝가수 로버타 플랙이 24일(현지시간) 숨졌다. 88세.

고인의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로버타 플랙이 24일 아침 타계해 가슴이 아프다”면서 “플랙은 (대중음악의) 경계와 기록을 깼으며 자랑스러운 교육자이기도 했다”고 추모했다.

80대의 나이에도 꾸준히 활동하던 고인은 지난 2022년 운동신경 질환인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며 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이후 말년은 대부분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 시간을 보냈다. 대변인은 “플랙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덧붙였다.

193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출생한 플랙은 어릴 적부터 교회 성가대에 몸담고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뮤지션의 꿈을 키웠다. 당시 흑인 여성으로는 드물게 장학금을 받으며 워싱턴DC의 하워드대에 진학했고, 고등학교 음악교사로도 일했다. 그러다 재즈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을 본 피아니스트 뮤지션 레스 매켄에게 발탁돼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꾸준히 활동하던 플랙은 1972년과 1973년, ‘퍼스트 타임 에버 아이 소 유어 페이스’(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와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즈 송’으로 2년 연속 미국 그래미어워즈 ‘올해의 노래’를 수상하며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그의 손가락으로 내 고통을 연주해요 ／ 그의 가사로 나의 인생을 노래해요”(Strumming my pain with his fingers ／ Singing my life with his words)라는 시적인 가사로 유명한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즈 송’은 사연이 깊다. 당초 로리 리버맨이 발표했으나 인정받지 못했고, 플랙이 다시 부르면서 크게 히트했다. 이후 다양한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