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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과 육아를 전혀 하지 않는 외벌이 남편 때문에 이혼을 고민 중인 한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2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아이 1명을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 A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사연에 따르면 A 씨 남편은 오후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을 한다. 가끔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맥주 두 캔을 마시며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밥도 A 씨가 차려줘야 먹고, 식후에는 과일과 커피도 꼭 챙겨줘야 한다.

A 씨는 남편이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서로 대화도 좀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이와 놀아주거나 등원을 시켜주길 원했다. 그러나 남편은 집에서 육아와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 씨가 불만을 토로하면 "밖에서 힘들게 일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한번은 A 씨가 남편이 일찍 들어와 게임을 하길래 전원을 뽑고 따졌다. 그러자 남편은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푸는 건데 그게 그렇게 불만이냐"며 "그럼 너도 게임을 해라. 그리고 같이 늦게 일어나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또 청소 도우미라도 한 달에 한 번 쓰겠다고 하면 사치라고 하는 등 도저히 남편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A 씨는 이혼까지 고려하고 있다.

A 씨는 "남편은 딴짓도 전혀 안 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며 "월급 관리도 제게 다 맡긴 사람이라 보수적인 친정 부모님은 ‘사위 같은 사람이 어디있냐’면서 제가 제 복에 겨웠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주말에도 남편은 육아나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이혼 사유가 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박경내 변호사는 "요즘 맞벌이도 많지만 여성들은 출산하면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경제활동을, 아내는 집안일과 육아를 맡는 생활 방식이 여전히 많다"며 "하지만 남편도 육아나 집안일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외벌이 가장이 평일에 집안일과 육아를 하지 않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는 민법 제840조 제3호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당한 대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러한 생활이 반복되면서 부부 사이가 소원해지고, 대화가 단절돼 실질적인 파탄에까지 이른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가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고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정도가 심해서 함께 살기 어려운 수준이 될 때만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남편과의 갈등이 계속돼 이혼 소송을 하게 될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남편이 경제 활동을 혼자 했으니 경제적인 기여도는 남편이 조금 더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A 씨가 가사 노동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운 것 자체만으로도 부부 공동생활의 어떠한 재산 유지 형성에 기여도가 있다고 평가되는 것이 요즘 법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