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는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 연합뉴스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는 19일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만나 최근 보수진영 일각에서 반중(反中) 정서를 부추기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이 대사는 소셜미디어 X에 전날 김 위원장과 만난 사실을 공개하고 “우호적이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저는 대만 문제, 한국 내 일부 세력이 루머를 퍼뜨리고 반중 감정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중국 측의 우려를 중요시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이 대사의 발언은 최근 극우 보수세력과 일부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설 같은 루머가 퍼지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중국대사관 난입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국내에서 심화하는 반중 현상에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앞서 주한중국대사관은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과 관련해 “한국의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내놨는데, 전날 공개된 다이 대사의 발언은 문제를 한층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입장이 담긴 것이다.

다이 대사가 함께 언급한 ‘대만 문제’는 최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15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적절한 국제기구에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에 대한 지지’를 처음 표명한 것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일본의 압력에 맞서 ‘적절한’이라는 조건을 끼워 넣어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제기구로 절충안을 찾은 것이지만, 다른 국가가 대만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극히 꺼리는 중국은, 지난 17일 해당 성명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당사자 3국에 항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이 대사는 또 김 위원장과 면담에서 “우리는 중한 관계가 매우 중요하고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우리는 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를 함께 기원했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