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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
말콤 글래드웰│김태훈│비즈니스북스

유행의 폭발점 ‘티핑 포인트’
개념 정립한 말콤 글래드웰
25년만에 새로운 현상 해석

발도르프 학교 예방접종 거부
‘오피오이드’오용 사망 사태 등
소집단의 사회 통제 상황 밝혀
불평등 구조 촉발 가능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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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일상어가 된 ‘티핑 포인트’. 사회적 유행이 폭발하는 지점을 이르는 이 말의 시작에는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말콤 글래드웰이 있다. 그는 경제학자 토머스 셸링이 제시한 이 개념을 사회적 현상과 엮어 동명의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그의 표현대로 “희망찬 시대에 걸맞은 희망찬 책”은 범죄율 감소, 흡연 억제, 독서 교육과 같은 긍정적 변화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을 설명했고 마케팅 업계에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시대는 변했고 자본과 권력을 중심으로 한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이 등장했다. 글래드웰이 ‘티핑 포인트 25주년 개정판’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책을 낸 배경이다.

과거 글래드웰은 ‘소수의 법칙’ ‘상황의 힘’ ‘고착성 요소’라는 세 가지 원리를 중심으로, 긍정적 변화를 확산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오늘날 티핑 포인트는 단순한 사회적 현상을 넘어, 특정 집단이 여론을 통제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글래드웰은 이번 책에서 ‘오버 스토리’ ‘매직 서드’ ‘슈퍼 전파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누가 변화의 임계점을 조율하고 이를 통해 어떤 권력을 행사하는지를 분석한다.

‘오버 스토리’는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 뒤에서 인간의 행동과 신념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서사를 의미한다. 글래드웰은 미국 내 백신 거부 운동을 예로 들어 이 개념을 설명한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발도르프 학교’에 주목하는데, 이 학교는 오스트리아 교육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철학을 기반으로 자연주의적 교육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교육 철학이 ‘자연스러운 방식’을 추구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회의적 태도를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낮은 곳은 거의 예외 없이 중심에 발도르프 학교가 있었고 그 움직임은 그들의 부모에게로, 사회로 어떤 의도나 조작 없이도 퍼질 수 있었다.

두 번째 핵심 개념인 ‘매직 서드’는 소수 집단이 전체 집단의 역학을 변화시키는 임계점을 의미한다. 글래드웰은 소수의 비율이 약 3분의 1(30%)에 도달할 때, 집단 내 권력 구조와 분위기가 급격히 바뀐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의 한 아파트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초기에는 백인 주민이 75%, 흑인 주민이 25%였던 이 아파트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그러나 흑인 주민 비율이 30%를 넘어가는 순간 백인 주민들이 빠르게 이탈했고, 결국 흑인 주민 비율은 98%에 이르렀다. 이 현상은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존재가 사회적 균형을 바꾸는 심리적 임계점을 보여준다. 글래드웰은 이러한 매직 서드가 다양성 증진의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기존 집단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티핑 포인트’에서 글래드웰이 주장한 ‘소수의 법칙’은 이제 ‘극소수의 법칙’으로 진화했다. 그는 오늘날 사회적·환경적 문제의 상당 부분이 극소수의 ‘슈퍼 전파자’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화학자 도널드 스테드먼의 연구에 따르면, 덴버 지역 대기오염의 55%는 전체 차량의 5%가 원인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하게 나타나며, 노후화된 차량 10%가 대기오염의 절반 이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글래드웰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과거 자신이 긍정적으로 해석했던 ‘소수의 힘’이 오늘날에는 특정 권력과 결합해 다수의 삶을 통제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영향력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권력관계 속에서 극소수가 갖는 지배력을 의미한다.

미국의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사태는 그가 언급한 세 요소의 통합판과 같다. 당시 통증은 그 자체를 치료해야 한다는 의사 러셀 포트노이의 ‘오버 스토리’가 지배적이었던 지역인 네바다, 웨스트버지니아, 테네시와 같은 지역에서 오피오이드는 특히 많이 사용됐다. 그리고 이를 처방한 의사는 다수가 아닌 소수의 의사, 1%의 의사는 전체 오피오이드 처방 용량의 49%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 결과 오피오이드 남용에 중독된 이들이 일정 임계치를 넘어서며 미국은 대규모 사망자가 나오는 비극적 참사를 겪었다.

티핑 포인트 그 자체는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등장했다 사라지는 무수한 트렌드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신조어,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유행병과 팬덤 정치의 시대에 우리는 유행을 활용하기보다 경계하는 법을 궁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거리에선 대왕 카스텔라·탕후루 같은 상품이 반짝인기를 누리고 광장은 분노로 가득 차는 이 시대, 우리도 자신의 첫 책을 돌아보고 성찰했던 글래드웰의 마음이 돼보는 건 어떨까. 우리는 지금도 수많은 ‘설계자들’의 손 위에 있으니 말이다. 404쪽, 2만 원.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