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23년 10월 9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세르히 올레호비치 키슬리차(앞줄 왼쪽)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가 바실리 네벤자(〃 오른쪽) 러시아 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 러시아 - 우크라 전쟁 3년

상임이사국 러·중 잇단 거부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유엔 등 국제기구가 이를 효과적으로 저지·종식하지 못하면서 ‘국제기구 무용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자국의 무력 사용과 북한의 핵 개발 시도를 저지하는 결의안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엔이 사실상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유엔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이후 안보리에서 표결에 부쳐졌던 두 건의 관련 결의안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 날인 2022년 2월 25일 미국과 알바니아는 러시아의 무력 사용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병력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이 무산됐다. 같은 해 9월 30일 미국과 알바니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점령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제 합병 주민투표를 진행한 것을 무효화하는 결의안을 냈지만 이번에도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탄약과 병사를 지원하는 북한을 감싸는 등 유엔을 더욱 무력화시켰다. 러시아는 같은 해 5월 26일 북한의 유류 수입 상한선을 줄이는 내용 등을 담은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중국 역시 해당 결의안에 거부권을 쓰며 동참했다. 또 러시아는 지난해 3월 28일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 채택도 무산시켰다. 안보리 대북제재가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고 위반 사항을 추적해 온 전문가 패널이 창설 15년 만에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