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한국무역협회 제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평양 정책에 무게를 두면서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한국 패싱’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채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게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대사가 빅터 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진행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협상을 벌인 것을 한국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서양(유럽)과의 관계를 다소 경시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으로 본다"며 "그는 태평양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서울 패싱’에 대한 불안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며, 전날 미·러 고위급 회담에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참여하지 못한 것처럼 북·미 정상회담에 정작 안보 위협의 당사국인 한국이 배제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서울 패싱’ 여부는 아시아 정책을 담당하는 미 행정부에 누가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미국에서는 동맹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깊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제도적 틀이 (트럼프식 외교의) 비전통적 스트레스와 긴장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스티븐스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에 직면한 시급한 문제는 관세라고 짚었다. 한국산을 포함한 외국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예를 들었다. 또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에 따라 한국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한 것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법안과 기타 법안에서 제시된 몇 가지 이니셔티브를 이행하는 데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