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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계도 초비상
완제품보다 원료 수출 대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고율 관세를 자동차에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며 한국 자동차 업계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동차 수출의 49.1%가 미국으로 향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면 대(對)미국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한국GM의 경우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9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미국 보편관세가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25%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연간 총 수출액은 2024년(6838억 달러) 기준으로 312억6000만 달러(약 45조900억 원) 감소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됐다. 품목별 대미 수출 영향을 보면 자동차는 관세율이 10% 오르면 수출액이 지난해(342억 달러) 대비 27억5652만 달러(4조 원), 20% 인상 시에는 52억9758만 달러(7조6400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 경쟁력 상실과 수출 감소·생산량 축소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내 자동차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GM은 관세 부과로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한국 공장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최근 “관세 폭탄을 매기겠다는 트럼프의 정책은 수출이 대부분인 한국GM에는 위기 경보”라며 “판매 시장이 북미로 치중된 탓에 수출국의 정책 리스크에 대응할 여력이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대표 기업인 셀트리온은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완제의약품보다 관세 부담이 낮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했다. 미국에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미국명 세노바메이트)를 판매 중인 SK바이오팜도 방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미국 내 주요 관계자들은 이날 한국산업연합포럼이 ‘트럼프 산업 무역 정책 2.0의 영향과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관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밀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지낸 저스틴 매카시 DGA 그룹 파트너는 “수입 규제가 강화될수록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기업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 철강 업체들은 원산지 검토·현지화 전략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전 쿡 덴튼스 US 변호사는 “기업들은 유통망 다변화·자유무역지역(FTZ) 활용 등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 역시 지원 방안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홍·최준영·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