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野최고위원회의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여야 지도부, 추경 놓고 설전

민주 ‘전국민 25만원’ 추경안에
권성동 “野, 국가예산 개념없어”
이재명 “與, 나라를 망치자는 것”
추경·연금개혁 ‘골든타임’ 허비

여야 지도부가 14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놓고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국회와 정부는 오는 20일 국정협의회 첫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세부 의제를 둘러싼 여야 의견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어 추경과 연금 개혁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예산 편성권 등 정부 권한을 침해하며 정치 공세에 집중하는 야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과가 부각되는 것을 의식해 논의에 소극적인 여당을 향한 책임론이 동시에 분출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고무줄 추경’은 국가 예산에 대한 기본적 개념과 책임이 없다는 증거”라며 “시장에서 콩나물 한 봉지를 사도 이렇게 막 나가는 흥정은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막대한 예산이 이 대표의 개인 돈이라면 이렇게 막 썼겠나”라며 “자신은 과일값·빵값이 아까워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람 아닌가. 이 빚을 자신이 갚는다고 하면 절대로 이렇게 무리한 추경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이 대표는 정부·여당이 추경 편성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은 속도가 관건”이라며 “국민의힘이 말로는 하자고 하는데 협의 내용을 보면 전혀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라 살림보다 어떻게 하면 야당을 괴롭힐지 고민하고 있다. 시쳇말로 나라 망치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전날(13일) 총 35조 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대표가 포기 의사를 내비쳤던 민생회복지원금(전 국민 25만 원 지급) 사업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이름만 바꿔 그대로 담겼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이재명표 정책’인 지역화폐 할인 지원 사업도 2조 원이 반영됐다.

여야가 추경 규모와 세부 사업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20일 출범하는 국정협의회 논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는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도 협상 주체를 놓고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면서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골든 타임을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기 대통령 선거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여야가 주도권 싸움에 골몰하면서 민생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윤석·김보름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