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탄핵심판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
“외부서 선관위전산 침투 가능”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
“모의해킹 상황… 실제 불가능”

11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 선포 핵심사유로 꼽은 ‘부정선거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의 보안 취약성을 놓고 공방이 펼쳐졌지만 실제 부정선거를 증명할 증언과 증거는 나오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측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출석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공방을 벌였다. 백 전 차장은 “(선관위 보안점검 결과) 외부에서 내부시스템으로 침투 가능한 문제점 등을 봤다”며 전산시스템의 조작 취약성을 강조했다. 그는 2023년 선관위 서버 등에 대한 국정원 보안점검을 주도했던 인사로 당시 선관위가 보유한 전산장비 6400여 대 중 370여 대에 대해 검사가 이뤄졌다.

반면 김 사무총장은 “국정원 모의해킹에서는 일부 보안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실제 상황에선 (조작이) 불가능하다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실제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등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이날도 나오지 않았다. 백 전 차장은 선관위 내부시스템이 침입당한 흔적이 있었는지를 묻는 국회 대리인단 질의에 “점검한 5% 내에서는 (침입 흔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윤 대통령 대리인단 질의에도 “선관위 보안시스템만 점검했기에 이것으로 부정선거같이 전체적으로 보면 안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지난해 2월까지 근무한 백 전 차장은 “내가 근무할 때는 선관위 전산시스템 부실 보고를 대통령에게 한 적 없다”고 말해 “국정원의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충격받았다”고 했던 윤 대통령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김 사무총장도 “부정선거 주장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재판부가 요청하면 서버 데이터베이스까지 공개하겠다고 했다.

헌재 안팎에서는 부정선거를 비상계엄 선포 배경으로 주장해온 윤 대통령 측이 별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부정선거 의혹을 계속 들여다볼 이유가 약해졌다는 평가다. 이미 대법원도 2022년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낸 선거무효소송에서 “실체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 평의를 거쳐 윤 대통령 측이 제출한 2차 중앙선관위 서버 검증 요구를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다시 기각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