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뮤지컬 ‘원스’의 출연 배우들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신시컴퍼니 연습실에서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 뮤지컬 ‘원스’ 10년만에 컴백

지휘자·오케스트라 없이 ‘호흡’
박지일·윤형렬·박지연 등 주목

뮤지컬 ‘원스’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삽입곡 ‘폴링 슬로우리(Falling Slowly)’로 유명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초연 당시 윤도현·전미도가 출연했던 ‘원스’는 새로운 배우진, 달라진 무대로 오는 19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가장 큰 특이점은 오케스트라가 없다는 것. 배우들은 연기에 악기 연주까지 일당백 역할을 해야 한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아코디언, 만돌린 등 총 16가지 악기가 등장한다. 지난 7일 공개된 연습실에서 배우들은 각자 악기 하나씩을 손에 들었다. 부피가 큰 첼로는 몸에 고정해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기도 했다. 지휘자도 없어 배우들끼리 박자를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다. 농담 섞인 대화 속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연습이 진행됐다.

악기를 여럿 다뤄야 하는 ‘원스’는 배우들에게 큰 도전인 작품이다. 주인공 ‘가이’의 아버지 ‘다’ 역으로 참여하는 박지일에겐 특히 그렇다. 40년차 베테랑인 그는 ‘햄릿’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 연극은 물론 드라마 ‘원경’에도 출연하며 그동안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10년 전엔 악기 다루는 실력이 부족해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번엔 만돌린을 가지고 피나게 연습한 끝에 합격했다.

주인공 ‘가이’ 역의 윤형렬도 10년 전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절치부심한 끝에 합류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렌트’ 등 대형 뮤지컬에서 주요 역할을 두루 거친 경력이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쳤는데, 첫 오디션 때는 자만했다”며 “이번엔 다른 공연 중이었고, 딸이 태어나서 정신없는 시기였지만 최대한 시간을 할애해 준비했다”고 밝혔다. 여주인공 ‘걸’을 연기하는 박지연은 10년 만에 작품에 다시 출연하게 됐다. 그는 연습하는 내내 ‘원스’의 ‘덕후’임을 자처했다. 10년 전 앙상블로 무대에 올랐던 배우 임진웅, 강수정은 이번 공연에도 함께한다. 강수정은 “37세 늦깎이에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고 3년간 쉬던 중 ‘원스’를 만났다. 뮤지컬을 그만해야 하나 할 때 나를 배우로 다시 살게 해준 작품”이라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가이 역에 합류한 한승윤도 눈여겨볼 만하다. 밴드 출신으로 능숙하게 기타를 연주하던 윤도현의 자리를 대신한다. 5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고, 뮤지컬 무대에는 2022년 데뷔한 신인이다. 15세 때부터 기타를 치고 버스킹을 하며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그는 “내 삶이 ‘원스’의 가이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며 지원 동기를 전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연주 실력을 뒷받침해줄 무대도 준비돼 있다. 음향 효과 채널만 86개를 사용한다. 악기별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소리를 끌어낼 수 있도록 무대 곳곳에 관객 눈에 띄지 않게끔 무선 마이크를 달았다. 이를 통해 관객은 무대에 더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 사전 무대인 ‘프리쇼’도 뮤지컬의 일부. 배우들은 매일 다른 음악을 연주하고, 관객은 무대 위에 올라 바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공연의 매력 아닐까. 서울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19일 개막해 5월까지 이어진다.

김유진 기자 yujink02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