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 교수 “근무일·환자수 등
인용 근거 획일적 적용 부적절”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6일 정부 방침대로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 5년간 늘리면 10년 후 의사 1만 명 이상이 과잉공급된다는 논문을 발표한 데 맞서 학계가 이 같은 연구 결과의 정확도가 높지 않고 의사 수도 부족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1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의협 논문은 정확도가 높지 않으며 해당 논문을 봐도 의사 수는 모자란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지난해 5월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가 개최한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의협 논문은 보건복지부가 의대 증원 근거로 인용한 3가지 연구결과에서 의사 근무일을 240∼265일로 적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며 “논문에서 의사 근무일을 연간 265∼289.5일로 적용했으나 주말, 공휴일을 제외하면 240일 정도가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토요일 진료를 감안해도 5.5일을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고 연간 289.5일 근무는 주6일 일한다는 것인데 이 정도 근무량은 전공의들 정도만 해당한다”며 “전공의 수는 1만여 명에 불과해 10만여 명에 달하는 모든 의사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협 논문이 의사 1인당 환자 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임 교수는 “논문이 진료시간을 늘리지 않고 인구 변화만 감안해 의사 1인당 환자 수를 계산한 건 ‘3분 진료’ 관행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라며 “(수련 환경 개선으로 인한) 전공의 근무 시간을 줄이고 진료 시간을 3분에서 4∼5분으로만 늘려도 의사 1인당 환자 수가 줄어드는데 그런 부분들은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70세 넘은 고령 의사, 농어촌 의원이나 보건소 도립병원 등 의사는 환자 수가 적은데 이런 부분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2035년까지 의사 인력 공급·수요를 추계한 연구 결과를 담은 ‘한국 의대 정원 확대, 정말 필요한가’ 논문을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 최신호에 게재했다. 임 교수는 “아무리 과학적이고 공정하게 하더라도 의사 추계는 변수가 많아 정확할 수 없다”며 “구조적으로 정확하게 맞출 수 없는 것에 정부와 의료계 양측이 매달려 에너지를 낭비하고 의료 공백을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