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사건을 지난 7일 상고한 것을 두고 ‘기계적 상고’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역시 상고를 의결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인정한 앞선 행정법원 판단이 항소심에서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사건에 대한 상고이유서를 준비하고 있다. 상고이유서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회계부정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한 상고를 결정하면서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법리판단 등에 관하여 검찰과의 견해차가 있고, 1심과 2심 간에도 주요 쟁점에 대해 판단을 달리했다”며 “형사상고심의위원회의 ‘상고 제기’ 심의 의견을 반영해 상고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반면 법조계와 재계에선 검찰이 기계적으로 상고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심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무죄 판단이 나온 만큼 법률심인 상고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상고심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심이다. 이 사건은 2020년 9월 2일 기소된 뒤 1심 선고가 나기까지 약 3년 5개월이 걸렸다. 항소심은 1년이 걸려 기소 시점으로부터 총 4년 반 정도가 걸린 셈이다. 자료가 방대한 만큼 상고심 판단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지도 주목된다. 통상 소부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전원합의체에서 상고심 판결을 하게 되지만, 소부에서 합의됐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원합의체를 열기도 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적용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