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철강 ‘관세폭탄’ 현실로… 대미 수출물량 US스틸에 뺏길수도

이미지 크게보기이방카와 함께 슈퍼볼 관람 도널드 트럼프(앞줄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딸 이방카(〃 오른쪽), 게일 벤슨(〃 왼쪽) 뉴올리언스 세인츠 구단주와 함께 9일 뉴올리언스의 시저스 슈퍼돔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관람하기에 앞서 국민의례 중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트럼프 “모든 철강 25% 관세”

트럼프 ‘US스틸 위한 관세’ 강조
일본제철도 인수대신 투자 밝혀

1기때 ‘수출 쿼터제’ 적용 이어
추가 관세땐 가격경쟁력까지 뚝
사실상 미국으로 수출길 막힐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25%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가격 경쟁력 저하에 따른 대(對)미국 수출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는 US스틸을 매우 성공적인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힌 만큼, 대미 수출 물량을 US스틸에 빼앗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가 관세 조치가 나올 경우 철강 수출 타격은 물론 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과 미국 현지에 있는 우리 기업에도 충격파가 미칠 수 있어 산업계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철강업계 관계자는 “아직 행정명령 공표가 없는 만큼 구체적 내용이 나올 때까지 지속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향후 관세 조치가 국가 쿼터 비(非)체결국에 대한 것인지, 체결국도 포함인 건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한국산 철강이 쿼터로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관세가 부과된다면 수출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수출 타격으로 국내 철강 생산이 줄면 한국산 가격이 올라 건설·자동차·조선업 등의 생산 비용도 늘고, 이는 곧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042만t이었던 국내 조강(쇳물) 생산량은 지난해 6351만t까지 떨어졌다.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철강 수출량을 US스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철강 관세 방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US스틸이 미국의 위대한 기업이었지만 나쁜 정부와 경영 때문에 쇠락했다”면서 이번 관세가 US스틸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를 추진해온 일본제철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존에 제안한 US스틸 인수액(147억 달러·약 21조4000억 원)·투자액(27억 달러)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 이후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는 대신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어떤 방식으로든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과 미국이 손잡고 철강산업 투자를 강화할 경우 앞으로 US스틸이 한국의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US스틸이 생산 설비를 현대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하면 고급화로 차별화해 온 한국 철강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추가 관세 조치로 대미 철강 수출량이 줄면 미국 현지에 있는 삼성·현대차·LG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소재 공급 차질로 연결될 염려도 있다. 현재 미국으로 들어가는 철강 물량 상당수는 현지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협상을 통해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연간 대미 수출 물량을 263만t으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지난해 한국의 철강 수출에서 물량 기준 3위·금액 기준으로는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이번에 또다시 철강 관세에 따른 대미 협상을 벌인다면 최악의 경우 263만t의 무관세 쿼터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 발표되면 업계와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그러나 1기 때와 같이 관세 부과 방침을 먼저 발표한 뒤 각 나라별로 별도의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근홍·박준희 기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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