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드 맞추고 가려운 곳 긁어줘라… 미·일 정상회담 벤치마킹

이시바, 北비핵화 끌어낸 것처럼
트럼프 정책 구체적 액수 先제시

미숙한 외교로 수차례 논란에 휩싸였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달라진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와 다른 ‘아부’ 외교와 상대가 원하는 바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사로잡았다는 호평이 지배적이다. 국제 외교 무대 경험이 많지 않고 비사교적인 성격의 이시바 총리는 정적 관계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 정부도 일본의 성공 포인트를 연구·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일본의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 코드 맞추기 △가려운 곳 긁어주기 △인맥 활용하기 등으로 요약된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낮추고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추켜세우는 ‘아부의 예술’을 펼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 “그런 유명 인사를 실제로 만난다는 것은 굉장히 흥분되는 일” “진솔하고 강한 의지를 가진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는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 일본의 자체적인 결정”이라는 ‘립서비스’를 했다.

전문가들은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LNG 수입 확대’ ‘대미투자 1조 달러(약 1450조 원) 확대’를 먼저 제시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는 우리 정부 역시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는 카드 중 하나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해서 관심을 보이는 한국의 조선업을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인맥을 광범위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 앞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아베 전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 등의 조언을 들었다. 또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 회담 당시 통역까지 이번 정상회담에 재기용했다. 아베 전 총리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고려한 행보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 주니어로부터 취임식 초대를 받은 정용진 신세계 회장 등 가용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시영 기자 siyoung22@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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