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던 지난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은 애초부터 내용과 절차에서 문제투성이였다.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151석으로 낮추기 위해 총리 탄핵안이라고 포장했지만, 핵심 사유는 법률안 재의 요구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등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수행한 직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결정족수가 대통령 탄핵소추에 준해 200석 이상이라는 전문가들 의견이 많았다. 대통령(권한대행)의 헌법적 권한 행사를 탄핵 사유로 적시한 내용 자체부터 문제였다.

한 대행 탄핵소추안의 맨 앞에는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등이 상세히 열거돼 있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탄핵소추 사유는 계엄 선포 국무회의 소집 등을 들어 내란 행위 동조·묵인·방조라는 위헌·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5일 열린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측은 내란죄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계엄 선포·해제 국무회의 소집 등은 총리 직무와 관련된 것인데, 이 부분이 빠지면 사실상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한 각종 거부권 행사만 남는 셈이다. 탄핵소추안은 한 대행이 ‘위헌, 위법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경찰을 동원한 내란 무장 폭동을 공모 또는 방치, 방조하였다’고 적시했지만, 한 총리는 계엄에 반대하고 만류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결국, 한 총리 탄핵 사유는 위헌적 법안의 거부권 행사와 헌법재판관 3명 임명 보류만 남았다. 이게 파면할 정도로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한 것인지와는 별도로, 총리가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다. 국회의장이 국무위원 탄핵소추 정족수를 적용한 데 대해 여당이 권한쟁의를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안을 최우선 결정해야 한다. 사실관계도 추가 심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그러지 않으면 ‘문형배 대행’ 체제의 헌재가 선택적 속도전으로 야당을 편든다는 인식을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