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5일 오전 10시 미국 워싱턴주 터코마시에 자리한 공립학교 스테이디엄 고교의 한 강의실에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경기교육감, 현지 수업 참관

1주당 5차례 정규수업 진행중
한류열풍 타고 언어에도 관심

워싱턴주내 10곳서 강의 이뤄져
도교육청, 한국어 보급사업 검토

터코마 = 글·사진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따라 해보세요. 터코마는 아름다워요!” “터코마는 아름다워요!”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터코마시에 자리한 명문 공립학교 스테이디엄 고교의 한 강의실. 4∼8명씩 모둠을 지어 앉은 학생 30여 명이 교사 조경선(58·미국인) 씨의 선창에 따라 한국말을 외쳤다. 조 씨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말과 영어를 함께 사용했다. 스테이디엄 고교의 정규 교과목인 ‘한국어’ 시간의 한 장면이다. 교실 벽에는 여성 한복과 태극기가 걸려 있었고, 풍물놀이에 사용되는 북이 교실 한쪽 선반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 학교에서는 학급당 일주일에 5차례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실에서 만난 학생 데리어스 브라운(15) 군은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묻는 말에 “평소 한국과 일본에 관심이 많아서”라고 답했다. 다른 백인 학생은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한국어로 연극을 시키거나 놀이 형태로 수업하는데, 아이들이 한국어 배우기를 굉장히 재미있어 한다”고 수업 분위기를 전했다.

워싱턴주에서 한국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어 강의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시애틀한국교육원에 따르면 현재 워싱턴주에는 10개 초·중·고에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1995년 터코마에 자리한 베이커 중학교가 북미에서 처음으로 한국어 과목을 도입했으며, 2020년대 들어 스테이디엄 고교 등 5개가 꾸준히 수업을 개설했다. 특히, 지난해 9월엔 초등학교(벨류 뉴포트 하이트 초교)에서도 최초로 한국어 과정이 개설됐다.

한국어 공부에 대한 미국 학생들의 관심에 불을 지핀 계기는 미국에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의 대기업 진출이 늘어나고, 드라마 ‘오징어게임’ 인기가 대표하는 한류 열풍과 무관치 않다고 현지 교육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이용욱 시애틀한국교육원장은 “현지의 한국어 수업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현지 학교에 교과서나 커리큘럼을 보급하는 데 우선을 두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외국 학생 한국어 교육기관인 ‘경기 한국어 랭귀지스쿨(language school)’의 교육 콘텐츠를 공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미국 내 한국어 보급 사업을 검토 중이다. 현지에서 한국어 수업을 참관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미국 학교들과 경기 한국어 랭귀지스쿨의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확장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며 “미국 고교와 연계한 교육과정 내 온라인 교과 합동수업이나 학생 상호 방문 등에 중점을 두고 현지 교육기관과 유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