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하반기부터 의무화

4000여 개 물질 독성·발암여부
폐암 발병 연관성 규명에 도움

신제품 출시 한달내 검사 의무화
기존제품은 시행 석달내 받아야

4000여 가지 화학물질과 70종이 넘는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담배 성분이 국내에서 의무적으로 공개되기까지는 10년 넘게 걸렸다. 내년 하반기부터 담배 성분 공개가 의무화되면 그동안 국민이 잘 몰랐던 담배 유해성분 정보는 낱낱이 알려지게 된다. 흡연과 폐암 발병 연관성을 다투는 담배 관련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담배 유해성분 검사와 공개 절차 등을 담은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11월 1일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법령에 위임된 세부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액상형·궐련형 등 전자담배도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하위법령안에서는 △담배 유해성분의 검사 △담배 유해성분 정보 공개 범위·시기 △검사기관 지정·관리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 구성·운영 △체계적 담배 유해성 관리를 위한 계획 수립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모든 담배 제조업자와 수입판매업자는 법 시행 당시 판매 중인 담배에 대해 법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 유해성분 검사를 검사기관에 의뢰해야 한다. 이후 2년마다 해당연도 6월 30일까지 검사를 맡겨야 한다. 담배 제조업자 등은 검사결과서를 발급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식약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새롭게 출시한 담배의 경우 판매개시일 이후 1개월 이내 유해성분 검사를 검사기관에 의뢰해야 한다. 식약처장은 매년 12월 31일까지 검사 결과에 나온 유해 성분 정보와 성분별 독성·발암 여부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동안 국내에선 유해 성분 8종만 담뱃갑 포장지에 표기됐다. 타르·니코틴·나프틸아민·니켈·벤젠·비닐 크롤라이드·비소·카드뮴 등이다. 담배 유해성 관리를 위해 성분 공개가 의무화되는 건 우리나라가 2005년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WHO FCTC)을 비준한 지 20년 만이다.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1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정부는 앞으로 유해성분 분석 결과를 금연정책과 연계해 흡연 예방·금연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전체 흡연율은 18.9%다. 여성 일반담배 흡연율은 2020년 2.7%에서 지난해 3.9%로 증가한 반면 남성 일반담배 흡연율은 2.6%포인트 줄었다.

담배 관련 소송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폐암환자 등은 담배제조사를 대상으로 흡연피해 관련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율이 높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11년째 주요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소송 중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담배 유해성분이 의무 공개된다면 담배제조사 책임이 부각될 것이고 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유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