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아름다움은 그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경주역사지구에 포함된 ‘동궁과 월지’의 해 질 녘. 동궁 터의 위치가 새로 발굴되면서 신라 유적의 명칭과 역사 등에도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국가유산청 ‘동궁과월지’ 발굴 성과

기존 터는 왕의 연회공간 추정
월지 동쪽서 진짜 궁궐터 찾아
신라史 연구 시각 크게 바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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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의 태자궁인 ‘동궁(東宮)’의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6일 오전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공개회를 열고 10년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에서 추적해온 ‘월성(月城)’과 ‘동궁과 월지(月池)’에 대한 발굴조사 성과와 새롭게 추가된 의례 흔적 등을 발표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신라 동궁과 월지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신라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수준의 발굴조사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공개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부분은 단연 처음 확인된 ‘동궁’의 실체다. 신라의 왕성인 월성 동쪽에 위치한 왕의 연못 월지, 이전까지 안압지(雁鴨池)로 알려졌던 이곳은 인근에서 발굴된 토기 등에 적힌 글자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태자궁인 동궁도 이곳에 있을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에는 다소 논란이 있었다. 동궁으로 추정했던 건물터(월지 서쪽)가 주변보다 높게 조성된 대지 위에 있다는 점, 흔적으로 남은 건물 자체의 위계가 높은 점 등으로 미뤄, 태자궁으로 단정하기엔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조사를 통해 월지 동쪽에서 기존의 동궁 추정 터보다 한 단계 낮은 위계의 건물이 발견됐다. 이 발굴터에서는 복도식 건물에 둘러싸인 건물지와 그 앞에 펼쳐진 넓은 마당시설, 내부에 별도로 조성된 원지(園池·정원 안 연못)가 함께 확인됐고, 서쪽의 건물터와는 별도의 배수체계를 갖춰 독립된 생활을 하던 공간으로 밝혀졌다. 당초 동궁으로 추정했던 곳은 역사서에 적힌 대로 왕의 연회 공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새롭게 발견된 공간이 진정한 태자궁인 것이다. 이종훈 역사유적정책관은 “많은 사람들이 고구려·백제·신라 고대 삼국 중 신라가 통일을 이뤄낸 것에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며 “삼국 중 신라의 태자궁이 유일하게 실체를 드러낸 만큼 신라가 고대 국가 중 가장 강력한 왕권 체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새로운 연구의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월성유적지구에서 추가로 발굴된 의례의 흔적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10월 발견된 것에 이어 제물로 바친 것으로 보이는 개의 유구가 나왔고, 당시 최고급품인 옻칠 상자와 그 안에 담긴 수정 목걸이 등이 출토됐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