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점령’ 계획 발표를 두고 서방·이스라엘 언론들은 해당 계획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면에 ‘다른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끼를 던지거나 도발함으로써 상대를 움직여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타초경사(打草驚蛇)’ 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첫 수(手)’가 새로운 중동 해법 발견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BBC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미국이 해당 지역을 점령하고 소유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의 근거로 BBC는 △이주 대상 국가인 요르단, 이집트 등의 반발 △200만에 달하는 가자 인구 규모 △미군 투입 시 국내 여론 악화 등을 들었다. 하지만 BBC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해당 계획이 실현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다른 의도’를 가지고 발언을 내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발언이 확정된 정책 발표라기 보다 협상의 포문을 여는 첫 수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BBC는 중동 패권과 이스라엘 고립을 노리는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일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중동 구상을 내놓은 직후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검증된 핵 평화 협정’을 선호한다"고 적기도 했다.

이스라엘 매체들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의 의미와 여파를 다룬 해설 보도를 쏟아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트럼프가 가자지구의 뱀들을 놀라게 하려고 중동에서 풀을 때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옛 중국의 병법서 삼십육계에 나오는 36가지 계책 중 타초경사에 빗댔다. 예루살렘포스트는 "가자지구 사람들이 이주하면 하마스는 더는 인간방패를 쓸 수도, 인도적 지원을 착취할 수도 없게 되고, 유엔의 여러 일자리도 위험에 빠지고 비정부기구도 자극받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발하고 이 지역을 둘러싼 국면 자체를 뒤집으려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