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국제무역론 교과서를 보면, ‘두 국가가 관세와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양국 국민이 누리는 후생(welfare)은 모두 감소한다’고 나온다. 미국의 경제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매체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이 다른 나라에 관세(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한 직후 ‘역사상 가장 바보 같은 무역 전쟁’(The Dumbest Trade War in history)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국제무역론의 상식에 기반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경제학자의 이런 주장에는 ‘전 세계에 극소수 국가만 존재하고, 해당 국가가 생산하는 상품도 극소수일 때’라는 가정이 달려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는 많은 나라가 존재하고, 각국이 생산하는 제품도 다양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의 앞날에 대한 예측이 100% 확실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에 관해서는 시행 하루 전날 전격적으로 “한 달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블러핑’(허풍)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가 블러핑이든 아니든 미국의 최근 움직임이 몇 가지 함의(含意)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첫째,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는 2차 대전 이후 형성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의 위세(威勢)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2차 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는 1971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의 미 달러화의 금 태환(금 1온스-35달러) 중단 발표로 1차 타격을 입었다. 거기에 더해 이번에 발표된 다른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 발표는 ‘전 세계에 열려 있는 시장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미국의 패권국 지위가 2차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오는 7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경제 세력권이 미국과 일본 등을 주축으로 한 세력권과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세력권으로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 등 비동맹국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우방인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관세 전쟁으로 촉발된 경제 갈등이 군사·외교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중국과 EU, 캐나다·멕시코 등에 대해 모두 관세를 부과하면 세계 경제 규모에서 1위, 2위, 3위 국가(또는 지역)가 모두 관세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 컨트롤타워(사령탑)가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존 정책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현상 유지만 하고 있을 뿐 나라 안팎의 각종 위기 상황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긴급하게 대응해야 할 대내·외 국가적 과제에 대해서는 여당과 야당, 정부가 당파적인 입장을 떠나 적극적으로 협력하도록 국민이 중지(衆智)를 모으고, 필요하면 압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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