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잠재적 대항마로 여겨지는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이 5일 일제히 이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민주당의 가치와 철학이 바뀔 순 없다"며 이 대표의 ‘실용주의’를 직격했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 대표의 사법 절차 대응에 아쉬움을 표했다. 비명계의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이 강도를 높여가면서 이 대표의 ‘통합과 포용’ 리더십이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김 지사는 5일 MBN 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에 출연해 "진보의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푸는 것은 충분히 필요하지만, 실용주의가 목표이자 가치가 될 수는 없다"며 "우리(민주당)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민주당 내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선 "안정성을 해치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 총리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데 대해 "법원과 국민을 믿고 가는 게 제일 ‘정도’"라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또 "민주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비판 정도는 충분히 받아내야 당 지지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김경수 전 지사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상처받은 당원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은 잇따라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방문하며 보폭을 넓힌다. 김 전 총리는 오는 8일 광주에서 ‘탄핵 후 국가 대개혁을 위한 청년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 김 지사와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이달 중 호남을 방문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두관 전 지사와 김경수 전 지사는 이르면 내주 만나 개헌 등 현재 정세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 주자들이 이 대표의 일극 체제 비판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가운데, 이 대표는 오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민생·성장과 함께 당내 통합을 주요한 화두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드루킹 댓글 조작’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피선거권 상실로 자동 탈당 처리된 김 전 지사는 최근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했다.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