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람선에서 군함도를 바라보는 관광객들. 서경덕 교수 SNS 캡쳐.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端島·하시마) 탄광을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전체 역사를 충실히 알리겠다고 약속하고도 10년째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불협화음을 빚은 사도광산 추도식에 이어 군함도에 대해서도 여진이 지속되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부족’ 문제가 다시 지적됐다. 이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3일 서경덕 교수는 SNS를 통해 "군함도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만든 산업유산정보센터, 즉 군함도 전시관을 군함도에서 1000㎞ 떨어진 도쿄에 세울 때부터 알아봤다"며 "후미진 곳에 위치한 군함도 전시관은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고 찾아가기도 쉽지 않다. 이는 일본 정부가 이 시설에 대해 뭔가 떳떳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교수는 "내부 전시물 사진·영상은 절대 찍을 수 없는데, 이는 전시물이 외부로 유출돼 왜곡된 상황이 널리 알려질까 두려운 마음에 행한 조치라고 판단된다"며 "조선인 강제 동원 등 피해자들이 군함도에서 겪었던 참혹한 역사적 사실을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9년 동안 일본에 속아 왔다"며 "이젠 대일 외교 전략을 바꿔야만 할 것"이라며 강제 동원 역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한 후속 조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산업유산정보센터에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 증언 전시, 강제 노역 전체 역사 설명 등 등재 당시 했던 약속을 대부분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은 일본 각지에 산재한 23개 근대산업시설이며, 이중 군함도를 포함한 7곳은 일제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이다. 한국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전시할 것을 요청했지만, 전시물이 아닌 한국어판 증언 자료집을 서가에 비치하는 수준에 그쳤다. ‘강제노역’의 전체 역사에 대한 설명을 포함해달라 요청했지만, 일본은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관련 설명 도입, 해설사 역량 강화 훈련, 도쿄 센터 개관일 확대, 광산노동자 봉급·복지 비교연구 지원 등 조치로 대신했다.

이종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