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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뿌리’93년만에 환수… 27일 고궁박물관서 첫 공개

역대 왕들의 초상화 모신 장소
임진왜란때 전소 고종때 복원
옻칠 바탕판에 금 글씨로 제작
구름무늬 테두리 등 부귀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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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왕들의 어진이 봉안된 선원전(璿源殿)은 궁궐 전각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물입니다. 그 편액도 위계가 매우 높죠. 환수 협상은 무척 어려웠지만 궁궐 편액의 연구에 크게 활용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재단) 이사장(오른쪽 사진)은 ‘경복궁 선원전 편액’(위 사진)의 환수를 환영하며 그 의미를 이처럼 말했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지난해 2월 일본 소장자로부터 환수에 성공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을 3·1절을 앞둔 오는 2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최초 언론에 공개한다고 3일 밝혔다.

조선 왕실은 궁궐 건물의 역할과 성격에 따라 위계에 차등을 뒀다. 왕과 왕비가 직접 사용하는 ‘전(殿)’은 가장 격식 높은 건물이고 ‘당(堂)’과 ‘합(閤)’ ‘각(閣)’ 등이 뒤를 따른다. 그림과 글씨를 새겨 문 위에 걸어 놓는 액자인 편액도 건물의 위계에 따라 크기, 색상 등이 달라졌다. 선원전은 역대 왕들의 어진을 봉안하고 의례를 지내던 공간으로 충과 효를 통치체제의 근본으로 삼았던 조선 왕실의 뿌리를 상징한다.

1444년 창건된 경복궁에 최초의 선원전이 세워졌으나 임진왜란 때 전소됐고, 창덕궁 선원전 등이 대신 의례에 사용됐다. 경복궁 선원전은 고종 대에 이르러서야 경복궁이 중건되며 다시 모습을 갖췄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인 1932년 조선총독부가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박문사(博文寺)’를 짓기 위해 선원전을 헐어 사용하며 수난을 겪었다. 그 후 선원전 편액의 행방도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 중 재단이 일본 경매에 선원전 편액이 출품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즉각 협상에 나섰다. 소장자에게 해당 유산이 조선 왕실의 물건이며 반드시 한국으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갖은 노력 끝에 공개 입찰이 진행되기 전 13년째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으로 환수를 이뤄낼 수 있었다.

이번에 환수·전시되는 유물은 1868년 고종 대에 설치한 ‘재건 선원전 편액’으로 추정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조사 결과, 경복궁과 창덕궁의 선원전 증건 공사를 기록한 의궤인 ‘증건도감의궤’에 기록된 당주홍(진사), 양록 등의 안료가 검출돼 일치했다. 또한 국가유산청은 “고종 4년(1867년) 작성된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재건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글씨는 조선 후기의 문신 서승보가 쓴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환수 유물의 필획 등 서체 특성상 서승보의 글씨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유물의 면면이 선원전의 위용을 드러낸다. 금을 사용해 제작한 글자인 금자를 중심으로 바탕판에는 옻칠(흑칠)을 했으며 테두리를 연장한 봉에는 구름무늬를 조각했다. 또한 네 변의 테두리에는 부채, 보자기 등의 칠보 문양을 그려 부귀와 행복을 염원하는 길상(吉祥)의 의미를 부여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